[미디어펜=박규빈 기자]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현금 자산 보유량을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회사채 시황 등 각종 조건이 나빠지고 있어 계획 대비 더욱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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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A380-800 여객기 모형./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3781%로, 2분기 3068% 대비 23.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에어서울·에어부산 등 자회사들을 모두 합친 연결 재무제표로 따지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율은 1만298%로 급등한다. 2분기 6544%보다도 57.37% 많아진 셈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별도 기준으로는 9.6%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57.3%나 된다. 완전 자본 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속속 재개하고 있는 여객 사업도 별 다른 돌파구가 되지 못해 자회사들의 부채가 계속 쌓여가고 있고, 이에 따라 4분기 재무 성적표도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고환율·고금리 등 각종 외부 조건 탓에 재무 구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기준 자본잠식률은 9.6%이나, 연결 기준으로 보면 57.3%다. 완전 자본 잠식은 아니나, 자회사 부채가 계속 쌓이면서 4분기에도 재무 구조가 개선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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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B747-8i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제공 |
이를 의식한 듯 대한항공도 불요불급한 사업 진행을 멈췄다. 올해 3분기 대한항공이 DART에 공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는 지난 8월 25일 '뉴 스페이스' 사업 관련 신규 투자안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는 미래 우주 시대에 대비한 것으로, 미국의 '우주 부동산' 전문 기업 엑시옴스페이스에 투자를 진행하려던 것이다.
이사회가 현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당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말 대한항공이 보유한 현금·현금성 자산은 1조1839억7410만 원, 단기 금융 상품 4조7762억837만 원, 매각 예정 자산은 1435억7767만 원. 총 6조1037억6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0.12% 감소했지만 단기 금융 상품은 63.71%나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현금 창출 능력이 대폭 개선된 셈이며, 현금 흐름도 양호한 상태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늘어난 현금을 단기 금융 상품에 몰아두는 이유는 금융 투자 이익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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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공항에 주기돼 있다./사진=연합뉴스 |
당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치면 부채 비율을 낮추고자 선급금 7000억 원을 포함한 1조5000억 원 어치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유동성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인수를 결정한 2020년 4분기 아시아나항공 부채율이 연결 재무제표상 2291%이던 때를 기준으로 한다.
현재는 이보다 부채가 4.495배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2년 전보다 더욱 많은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단기 금융 상품을 급격히 늘린 것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불어닥칠 후폭풍을 최소화 하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288.48%였던 부채율을 올해 3분기에는 257.8%까지 낮췄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까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대비 부채가 1조1855억9257만원 늘었다. 이 속도대로라면 하루에 43억4283만 원 꼴로 빚이 쌓여가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부채 문제는 해외 경쟁 당국들이 인수·합병(M&A) 승인을 내주기 전까지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곧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쏟아부어야 할 금액이 얼마나 더 많아질지 예상할 수 없다는 평가와도 궤를 함께 한다. 금리 상승 여파로 회사채 시장도 돈줄이 말라가고 있어 기업 어음(CP)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한항공 역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나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대한항공에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미국·유럽 연합·일본·중국 등에서 당사가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에 관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심사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현안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세계 각국에 지점을 두고 사업을 하고 있어 필수 신고국 중 한 국가에서라도 반대할 경우 M&A는 없던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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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제공 |
한편 이 시점에서는 대한항공 경영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면 재검토 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한지 2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달라져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M&A는 즉흥적일 수는 없지만 대상 기업의 현재 가치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를 질질 끈 탓에 아시아나항공의 지속 가능성과 대한항공과의 합병 시 시너지 효과가 날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황 교수는 "대한항공도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때의 M&A는 사치"라며 "한국산업은행과 협상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했을 당시 산업은행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지원받은 바 있다. 이어 조원태 회장은 산업은행과 협약을 체결할 당시 인력 해고 없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며, 파기 시 사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한항공 경영진도 내심 해외 경쟁 당국이 승인 불허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판이다.
황 교수는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공도동망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지금은 명분도 충분한 만큼 이참에 산은과 약정한 독소 조항도 정리하고, 전략지원부실은 해외 당국의 결정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리스 기재 처분·인력 운용 등 구조조정 시나리오도 준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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