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은행들의 '이자 장사' 지표로 거론되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격차)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를 훨씬 웃둘면서 은행들의 수익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무성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예금금리차 비교 공시 등을 통해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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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은행들의 '이자 장사' 지표로 거론되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격차)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
27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와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잔액 기준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46%포인트(p)로 집계됐다. 2014년 2분기 2.49%p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다.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2020년 3분기 말 2.03%p, 4분기 말 2.05%p, 지난해 1분기 말과 2분기 말 각각 2.12%p, 3분기 말 2.14%p, 4분기 말 2.21%p로 계속 커졌다. 올해는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해졌는데, 1분기 말 2.32%p, 2분기 말 2.40%p까지 치솟았다.
예대금리차 확대 배경에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예금금리보다 훨씬 많이 올린 게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권의 올해 2분기 말 예금금리는 1분기 말보다 0.21%p 올랐는데, 같은 기간 대출 금리는 0.29%p 올랐다. 3분기 말도 예금금리는 2분기 말보다 0.49%p 올랐는데, 대출금리는 0.55%p 상승했다.
다만 금리 인상기에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구조라는 설명도 많다.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대출의 상당 부분이 '변동금리' 조건이고, 예금의 경우 절반 이상이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예금 등 금리가 낮은 '저원가성'이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빨리 오를 수밖에 없다.
한편 가파른 금리 상승세로 가계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상세 공시 등으로 과도한 이자 장사를 감시하는 한편, 자율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개시한 '은행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산정의 세부 항목인 저축성 수신금리, 대출평균·가계·기업대출금리 등을 매월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당국 요구에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 폭은 늘리고, 대출금리는 일제히 낮추는 등 예대금리차 통계 관리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역머니무브'를 경계하며,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또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가운데,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한 기업들은 은행대출을 늘리고 있다.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로선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커진 만큼, 불만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당국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은행채 발행을 재개하는 등 은행권의 자금 조달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4일 "예금을 못 올리고 은행채도 발행 못 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주말 전후에 또 한 번 관계장관 회의라든가 어떤 고위급 의사 결정을 통해 유동성 운영 관련 제언을 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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