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번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바람을 담아 다양한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밝혔듯이 건전재정 기조 속에서 약자복지를 최대한 강화하고,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미래동력을 만들기 위한 예산들이 담겨 있다. 여야가 충분히 심의하고 여야 협의 속에 통과가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28일 정부 동의가 필요한 증액은 빼고서라도 삭감 수정안을 제출해 민주당 단독으로 본회의 처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자가 이에 대해 묻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위와 같이 답했다.
여당과 야당의 협치, 정부와 국회 간 협치에 대해 여러 말이 오가고 있지만 이번 정부처럼 대통령실이 밀리는 경우도 많지 않다. 바로 '여소야대'라는 현실의 벽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299석 중 169석(57%)을 점유한 민주당의 비토가 사사건건 윤 대통령 발목을 잡고 있다. 윤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전형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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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28일 오후 국회에서 운영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예결소위)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통령실 및 국가안보실 등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했는데,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지난 25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국토위정무위 예산 문제로, 국회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조차 논의가 공전될 정도다.
앞서 국회 운영위 예결소위는 지난 17일 대통령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다 대통령실 소관 예산을 심의하지 못하고 파행된 바 있다.
꽉 막혀 있는 대통령실 관련 예산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통령실 이전 시설관리 29억 원·대통령실 업무추진비 158억 원·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497억 원·기존 청와대 개방활용 59억 원 등이 주로 꼽힌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에 늦어질수록 '10.29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기간(45일)도 줄어드는 구조라 시간에 쫓길 법 하지만,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곳곳에서 삭감하려는 민주당의 비토는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여야 이견으로 예산안 심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법정 기한인 12월 2일을 지키리라는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정기국회는 12월 9일 끝난다. 이 때까지 내년도 정부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이와 관련해 "무엇보다 가장 당면한 것은 예산안에 있어서 여야 모두 좀 더 책임감을 갖고"라며 "예산이라는 것은 단순히 국민 혈세를 어떻게 쓴다 뿐이 아니라 그 안에는 국민의 삶이 그리고 국가의 기조와 철학과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것들을 놓고 (여야가) 좀 더 진지하게 논의하는 그런 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당초 국회 예결특위는 오는 30일 전체회의를 통해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감액심사가 지연되면서 증액심사는 시작도 못했다.
민주당의 비토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현 시점은 분명 '국회의 시간'이지만, 윤 대통령과의 협치는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