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2020년 종합감사서 경영유의 36건, 개선 43건 요구…하나 "현재 개선 완료"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하나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 등의 제도 운영 미흡을 두고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현행 '은행법' 상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운영과 관련한 기록 관리, 전산통제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에서 경영유의사항 36건을 꼽아, 43건의 개선사항을 요청했다. 특히 고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당국은 하나은행의 관련 기준 및 절차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 금융감독원이 최근 하나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 등의 제도 운영 미흡을 두고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사진=김상문 기자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자(차주)의 재산이 증가하거나 신용평점이 상승했을 때 대출자가 금융회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지난 2019년 6월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정식 법제화됐다. 

금감원이 하나은행 측에 요구한 사항은 △금리인하요구 관련 기록 보관·관리 강화 △금리인하요구권 통지기한 준수를 위한 전산통제 강화 △금리 인하폭 축소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절차 등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하나은행은 금리 인하 요구 접수 및 심사 결과 등과 관련한 증빙서류의 접수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기준‧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증빙서류 목록 등 보관‧관리 대상 기록의 범위를 내규에 명시하고 서류 미비시 문서처리센터에서 이를 보완 처리하는 절차를 도입‧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또 하나은행은 인하 요구를 받은 날부터 10영업일 내에 해당 요구의 수용 여부 및 그 이유를 금리 인하를 요구한 고객에게 통지해야 하는데, 기한 준수를 위한 전산통제 절차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통지기한 도래시 담당자‧책임자 앞 알림 △요구 고객에 대한 수용‧거절여부 통지 등을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요구권 행사 시 영업점이나 본부 부서를 통한 우대금리 조정이 가능해 금리 인하 폭이 축소될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당국은 요구가 수용된 대출의 경우 우대금리가 고객에게 불리하게 조정되지 않도록 전산을 통제하는 등 업무절차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인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편이다.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올해 8월 5주차부터 9월 2주차까지 2주(매주 500명 이상)간 전국 20~69세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소비자 10명 중 3명만(27.7%) 금리인하요구권을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보유자 층에서도 이를 알고 있는 응답자는 40.4%에 불과했다. 

특히 올해 금융기관에서 요구권을 신청한 경험자는 20.9%를 기록했는데, 이 중 36.1%만 받아들여졌고, 56.5%가 거절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청자 10명 중 8명은 '신청 과정에서 불편을 겪었다'고 응답했는데, △까다로운 자격요건 △복잡한 증빙서류 △신청 방법 및 설명이 정확하게 안내되지 않은 점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지지부진한 수용률에 국회는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은행이 대출자의 신용상태가 개선됐음을 알게 된 경우 금리인하요구권을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대출자의 신용상태 개선 여부를 은행이 사전에 확인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금감원도 '신용상태 개선'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렵고 개별 은행의 신용평가 체계가 상의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8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대출자가 금융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현행 방식 대신, 금융회사가 선제적으로 차주의 신용등급을 정기 점검하고 요건에 맞으면 금리인하를 해주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이 있다는 걸 몰라서 혜택을 못받는 일을 없애자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는 이에 대해 은행이 고객의 신용상태 개선 여부를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계약의 한쪽 당사자인 은행이 일방적으로 금리를 변경하는 것이 대출계약의 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 외에도 △내부감사업무의 독립성 강화 △임직원 징계업무 절차 및 운영 강화 △임직원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을 경영유의사항으로 꼽았다. 

당국 발표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은 2019년 6월 법제화 이후 과도기 시점인 2020년 종합검사 시기에 검토된 사항으로 이미 조치 완료됐다"며 "이 외 대출이자 환출 등 다른 개선 요구사항들도 2020년에 개선 및 조치가 마무리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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