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긴축…소비 여력 약화, 투자·수출도 부진
단기 경기 대응과 중장기 지속 가능성 고려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생산과 소비가 위축 되고 주요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후년 2분기까지 경기 지수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높은 물가와 금리라는 부담까지 가중돼 중장기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지난 달 30일 ‘현 경기 국면에 대한 진단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내외 경제 여건이 밝지 않은 상황이고 그동안 우리 경제의 수축기가 평균적으로 18개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24년 2분기까지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생산과 소비가 위축 되고 주요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후년 2분기까지 경기 지수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높은 물가와 금리라는 부담까지 가중돼 중장기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보고서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7월 101.8, 8월 102.3, 9월 102.4를 기록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다가 10월에 보합을 나타냈으며, 금년 11~12월 중 하락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행종합지수는 고용·생산·소비·투자·대외여건을 보여주는 지표들로 구성되는데, 최근의 상승세는 수입 물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수입액이 크게 증가하고,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다소 회복된 데에 기인한다.

그러나 경기순환에 앞서 변동하는 지표들로 구성된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6월 101.9에서 금년 10월 99.2에 이르기까지 이미 하락하고 있는데다가, 최근의 악화된 경기 여건을 감안하면 조만간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긴축…소비 여력 약화, 투자·수출도 부진

보고서는 이번 경기 수축기의 경우 전례 없이 강력한 긴축이 동반돼 경기가 단기에 급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부채가 누증됨에 따라 경기 수축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시차가 적어도 2분기이며 3분기 내외로 그 효과가 최고 수준에 도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7월부터 시작된 고강도 긴축의 영향이 내년 1분기 경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내 경제는 작년 이후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와 함께 대면 서비스업(음식숙박, 오락문화) 및 준내구재(의류, 신발 등) 소비가 회복을 이끌어왔으나, 금년 6월부터는 소비자심리지수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소비 여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또 그동안 누적된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압력이 현실화될 경우 이와 같은 영향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의 경우 내년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과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물면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해당 부문의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 경기대응과 중장기 지속가능성 고려해야

보고서는 올해 1월부터 11월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400억 달러에 달한다며, 이는 1996년 IMF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시기에 각각 기록한 연간 206억 달러와 132억 달러 적자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기가 단기에 급락할 위험을 방지하고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정책 대응에 적극 나서는 한편,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 위험이 심화되는 등 리스크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경기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라 차입을 통한 자본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채권시장에서의 투자심리도 위축되면서 자금난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기업의 자금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적극 활용해야 하며, 그 중 총 20조 원 규모 중 가용재원인 1조6000억 원을 우선 가동하기로 한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집행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악화된 경제 여건과 금리 인상이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부문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영향이 있어,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취약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자격요건에 대한 실효성 검토와 함께 주택 미보유자와의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경제의 저탄소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경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경기가 하락하고 있음을 경제주체들이 이미 체감하고 있던 상황에서 대내외 여건들이 내년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타격 받는 부문을 지원하고,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공급망 안정화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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