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포스코의 복수노조 중 하나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 탈퇴를 선언했다.
포스코지회의 이번 결정은 금속노조 조직 기득권 유지를 위해 포스코 노조를 이용하며, 정작 직원들의 권익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지회의 탈퇴는 철강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에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포스코지회의 움직임이 금속노조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그간 곱지 않았던 세간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서 탈퇴해 기업노조로 전환하는 조직형태 변경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총 조합원 247명 중 143명(57.9%)이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 인원의 69.9%인 100명이 탈퇴에 찬성했다. 전체 조합원의 과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안건이 가결됐다.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3~4일에도 동일한 안건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당시에도 탈퇴안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투표일을 7일 전까지 공지해야 한다는 보안 요청을 내 재투표를 열었고 이번에 금속노조 탈퇴가 최종 가결됐다.
포스코지회 내부에서는 금속노조가 포스코 직원들의 이익이 아닌 금속노조 조직 기득권만을 위해 일하기는 것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9월 힌남노 태풍 피해 당시 금속노조 차원에서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이 결정적으로 이번 탈퇴 투표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의 탈퇴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합원 숫자는 많지 않지만 포스코는 국내 최대 철강업체라는 상징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포스코에서 금속노조를 탈퇴하면 그 영향이 다른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통해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를 위해 일하고 금속노조를 위해 존재하기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금속노조를 위해 일하지 않고 포스코 직원들을 위해 일한다는 이유로 포스코 직원이 직접 선출한 지회장, 수석부지회장, 사무장을 제명하고 집행부와 대의원을 징계하며 금속노조를 위해 일하지 않는 자들을 모두 금속노조에서 제명하고 징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지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조합은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다"며 "금속노조는 법 위에 군림하는 단체냐"고 반문했다.
포스코지회는 "금속노조는 합법적으로 진행하는 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을 방해하기 위해 지회 임원을 제명하고 대의원을 징계하며 조직형태 변경은 불법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하며 폄훼하고 있다"며 "포스코지회의 큰 힘이 되는 비밀조합원조차 조합원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비밀조합원은 이미 법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포스코노조는 지난 1988년 결성됐다. 하지만 3년 뒤인 1991년 노조 간부의 비리로 와해됐다가 2018년 복수노조로 다시 출범했다.
현재 포스코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포스코 노조와 민주노총 포스코지회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노총 포스코 노조는 대표 노조로 단체 교섭권을 갖는다. 조합원 수는 6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당초 3300여명으로 출범한 민주노총 포스코지회는 포항과 광양지부를 합해 500명정도가 될 만큼 조합원이 줄었다.
하지만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포스코지회의 금속노조 탈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도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중의 하나로 강성기저의 금속노조가 한몫을 하고 있다.
대화와 소통보다 권력 행사를 통한 의견관찰이 최우선 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 중 쌍용자동차와 르노코리아자동차 등은 기업노조로 활동하고 있다.
쌍용차는 대표적인 무분규 임단협타결이 이어지고 있는 회사다. 회사사정상의 이유도 있지만 직원들과 회사 간의 노사화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체적인 조율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쌍용차는 지난 2020년까지 11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현재 쌍용차는 임단협 주기를 3년으로 정하고 노사 간의 화합된 모습으로 경영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이에 포스코지회의 결정 역시 같은 맥락에서 산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과거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싸워왔던 노동조합이 현재는 기득권의 권력행사 수단으로 활용되며, 국민여론 역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됐다. 파업과 생산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소비자뿐 아니라 하청업체의 숨통을 죄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당장 금속노조의 활동자체에 문제가 될 일은 없겠지만 이번 사안을 통해 잔잔한 울림이 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국내 최대 철강 업체이자 글로벌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포스코지회의 탈퇴는 민노총 금속노조 전체에 타격이 생각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조 설립의 근본을 망각한다면 포스코지회 탈퇴에 따른 후폭풍은 주요 철강사를 넘어 자동차와 같은 산업계 전체로 번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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