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축구의 에이스 손흥민(30·토트넘)이 월드컵에서 세번째 눈물을 터뜨렸다. 이전 두 번의 눈물과는 달랐다. 기쁨의 눈물이었고, 대한민국을 울렸다.
손흥민이 눈물을 펑펑 쏟아낸 것은 3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였다. 한국이 포르투갈에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극적으로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한국대표팀 캡틴 손흥민은 엉엉 울었다.
|
|
|
▲ 사진=FIFA 공식 SNS |
손흥민은 이번이 세번째 월드컵 출전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는 대표팀 막내로 출전했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는 대표팀의 새로운 간판스타로 나섰다. 두 번 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손흥민은 눈물을 흘리며 아쉬움과 분함의 눈믈을 흘리며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했다.
카타르에서 세번째 월드컵을 맞은 손흥민은 사실 경기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11월초 소속팀 토트넘 경기 도중 안면골절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다. 수술 부위가 제대로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표팀에 합류했고, 안면보호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는 불굴의 투지를 보여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해 월드클래스가 됐고, 주장이자 에이스로 거의 대부분이 후배들인 대표팀을 이끌어온 손흥민이지만 성치않은 몸상태로는 버거웠다. 오로지 책임감 하나로 1차전 우루과이전, 2차전 가나전을 풀타임 소화했다.
한국이 가나와 2차전에서 2-3으로 패하자, 일부 몰지각한 팬(안티팬이 분명한)들은 손흥민을 비난하기도 했다. 한국의 패배 책임을 제대로 기량 발휘를 못한 손흥민 탓으로 돌렸다.
손흥민은 1차전 우루과이전과 2차전 가나전에서 부상 이전에 비해 부진했다. 안면부상 탓에 과감한 몸싸움을 못했고, 마스크 때문에 뛰는데도 한계를 드러냈다. 시야가 좁아진 듯 찬스에서 패스 연결이나 슛도 부정확한 모습이 이따금 나오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었다. 손흥민의 역할은 그라운드에 나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상대팀은 손흥민을 막기 위해 기본적으로 2명 이상의 수비가 따라붙었다. 손흥민으로 인해 동료들은 조금이라도 공간을 더 얻고 조금이라도 더 패스 길을 확보할 수 있었다. 동료들은 손흥민이 초인적인 투지를 발휘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며 한 발이라도 더 뛸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손흥민 효과'는 분명 있었다.
그리고 이날 포르투갈전. 한국이 경기 시작 5분만에 포르투갈에 골을 얻어맞고 리드를 빼앗겼다. 이 때 캡틴 손흥민이 한 일은 중요했다. 16강 희망이 옅어져 실망감에 빠진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만회할 수 있다며 동료들을 독려했다.
한국은 김영권의 동점골이 터져나와 1-1로 추격했다. 분위기를 살린 한국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뛰며 역전을 노렸으나 시간은 흘러 후반 45분이 다 지났다. 무승부로 끝나도 한국은 탈락이었다. 선수들의 체력도 거의 바닥났다.
추가시간 6분으로 접어든 순간 포르투갈의 코너킥에서 차단된 볼이 외곽으로 흘러나왔다. 우리 진영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이 믿기 힘든 광경을 연출했다. 거의 70m를 단독 질주해 들어갔다. 포루투갈 수비가 3명 4명 따라붙었다. 상대 페널티박스 앞까지 드리블해 들어갔을 때 손흥민 주변에는 상대 선수가 6명이나 몰려 있었다.
|
|
|
▲ 사진=대한축구협회 |
손흥민 뒤로 따라 들어간 한국 선수가 있었다. 황희찬이었다. 손흥민은 황희찬의 움직임을 찰나에 간파하고 수비 숲 사이로 전진패스를 찔러넣었다. 타이밍이 워낙 절묘해 황희찬은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고 골문 앞에서 볼을 받았다. 논스톱 슛을 때렸고, 한국의 2-1 승리와 16강행을 결정지은 기적같은 역전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황희찬의 마무리도 빛났지만, 손흥민의 폭풍질주와 기가 막힌 패스가 만들어낸 골이었다. 이게 바로 '월드 클래스'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린 장면이었다.
그렇게 한국의 16강행 드라마는 끝났고, 주인공 손흥민은 펑펑 울었다. 대한민국은 손흥민이 전한 감동에 함께 울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잘 희생해주고 잘 싸워줬던 덕분에 이겼다"고 모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대한민국 캡틴의 품격은 이랬다.
앞선 두 차례 월드컵 때 손흥민은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울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손흥민은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는데 울었다. 한국은 16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16강에서 한국이 만나게 된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최강팀이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이다. 한국이 이기기 버거운 상대지만 태극전사들은 다시 손흥민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감동을 전할 준비를 할 것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