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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
“무책임•무능•무원칙 ‘3無 정치’”….공무원연금법 개정이 무산된 다음날 조선일보가 우리 정치판의 한심한 모습을 함축적으로 지적한 1면 헤드라인이다. 비단 국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적용되는 지적이다. 법치를 우롱하는 폭력시위들이 나라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나 스스로 유아독존(唯我獨尊) 최고의 권위를 주장하면서 황당한 판결을 일삼는 사법부도 예외가 아니다.
난동과 종북 구호가 판치는 법정
지난달 서울지방법원 법정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지지자들이 난동을 벌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 교육감에 대한 유죄판결 직후 방청석에 있던 조 교육감 지지자들이 재판석을 향해 “너희들 내가 반드시 죽인다!”, “정권 끝나면 검찰 죽여 버린다!”, “불의가 정의를 심판해? 너희들 목숨을 너희가 줄이고 있는 거야!”라는 등 온갖 욕설을 퍼붓다 못해 “대통령도 불법으로 뽑았다, 박근혜 퇴진하라!”라는 고함까지 쳤다고 한다. 이 재판은 당초 조 교육감 측이 시민참여재판을 신청하였고, “배심원도 교육감 선거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없다”는 검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조 교육감 측의 신청을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배심원 7명 중 6명이 조 교육감에 대한 벌금 500만원, 1명이 300만원의 의견을 재판부에 냈고, 재판장은 교육감 직을 상실하게 되는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정에서의 좌익난동은 기가 차는 수준이다. 작년 7월 국가보안법위반 관련 재판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위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친 일이 벌어졌다. 2012년 12월 청주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는 방청석에 앉아있던 피고인의 동료가 ‘김일성 만세’를 외치며 부장판사를 향해 신발 한 짝을 내던지자 피고인이 ‘북한 만세’를 외쳐 법정이 한때 아수라장이 된 일도 있다. 과연 일반 국민들이 대한민국 법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도(度)를 넘는 법정(法庭) 경시 풍조
조 교육감 재판에서 보듯이 판결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판사에게 공공연히 살해위협을 할 정도로 대한민국 법정이 무법천지가 된 것은 법원의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이념 사건들이나 국가 안보와 관련된 형사사건들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결들이 이어지고 있고, 수석부장 향판(鄕判), 막말 판사, 성추행 현행범 판사, ‘가카새끼 짬뽕’ 부장판사 등의 파렴치한 행동 등으로 인해 법원의 판결과 판사의 자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직 판사가 일명 ‘사채왕’으로부터(현재 수감 중) 수억 원의 뇌물을 받고 구속 기소된 사건까지 발생했다.
과거에는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법과 법치를 우습게 여겼다면, 요즘은 법관 스스로 권위를 잃으면서 위의 사례들처럼 일반 대중이 법과 법원을 경시(輕視)하는 정도가 도를 넘고 있다. 법치의 축(軸)인 '법조(法曹) 3륜(輪)'에서 좌편향 목청이 커지면서 법과 상식에 벗어난 판결을 일삼는 것도 법원 경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세월호 사고 처리과정에서 보아왔듯이 떼법 폭도들의 폭거를 법치로 엄하게 다스리기 보다는 청와대나 정치권이 오히려 이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한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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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재판에서 보듯이 판결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판사에게 공공연히 살해위협을 할 정도로 대한민국 법정이 무법천지가 된 것은 법원의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이념 사건들이나 국가 안보와 관련된 형사사건들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법원의 판결과 판사의 자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
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스스로 무너지는 법정의 권위
법정 소란에 대한 미온적 처벌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대법원이 미국식 ‘법원모욕죄(Contempt of Court)’ 도입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법정 소란 등 직접적 모욕행위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결이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간접적 모욕행위에 대하여도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현행법으로도 처벌 가능한 법정 모욕이나 난동에 대해서 우선 단호하게 처벌하여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 아니겠는가? 법률전문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달 발표한 ‘청년•대학생 법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의 86%가 ‘우리 사회에 법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법보다 권력이나 돈의 위력이 더 크다’는 데 동의한다는 의견이 87%로 나타났다. 또한 ‘법원(사법부)이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74%에 달했다.
사법부의 망신을 자초한 황당한 판결 몇몇을 짚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우선,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비례대표후보자 경선과정에서 대리투표를 실시한 통진당원 45명에 대해 “선거의 4대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고, '조직적 행위'가 아닌 가족•친척•동료 같은 신뢰 관계자들간의 '통상적 대리투표'이었기 때문에……”라는 궤변으로 무죄를 선고했던 서울중앙지법 S부장판사는 2012. 12. 국가보안법•반공법위반 혐의로 12년 넘게 복역한 피고인에 대한 재심에서는 조사과정의 가혹행위를 들어 무죄를 선고한 후 피고인에게 “법원을 대표해 사과드리고 사법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에 무단 입국하여 김일성 시신에 참배한 자에 대해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운운하며 무죄를 선고했던 P판사는 2013년 법정에서 경찰관 폭행범을 감형(減刑)해주면서 “판결문을 2개 써왔다”며 이를 피고에게 보여주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고, 뒤이어 무단으로 4차선도로 전체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민주노총 관계자에게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반대 방향 4차로는 통행이 가능했던 점” 등 황당한 논리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15년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의혹을 제기한 시민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서 박원순 시장 부자(父子)가 이 사건 증인으로 채택된 사실이 인터넷매체 ‘뉴데일리’에 보도되었다. 대부분의 중앙일간지와 방송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필자의 지인 몇몇이 "제대로 된 판사를 만난 겁니까?"라는 질문을 해왔다. 제대로 된 판사를 만나서 증인 채택이 결정된 것이냐는 의미와 제대로 된 판사가 아니라면 재판에서 결국 엉뚱한 판결이 나올 거라는 우려의 뜻일 것이다. 이것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의 현주소이다.
유전(有錢)불구속 무전(無錢)구속’인가?
지난 4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 대한 1차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이 2차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차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소명이 이뤄진 점, 구체적인 증거인멸의 정황이 새롭게 확인된 점 " 등의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검찰과 법원의 줄다리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1차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검찰 일각에서조차 “'유전 불구속, 무전 구속'이란 말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불만의 소리도 있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구속을 면하거나 구속되었다가도 보석으로 풀려나오는 과거의 여러 사례들에 비추어보면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란 말이 전혀 엉뚱한 주장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검찰이나 법원이 여론 눈치를 보느라 재벌급 피고에 대해 필요 이상의 가혹한 처벌을 내린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횡령 등의 혐의로 아들과 함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었던 이선애(88) 전 태광그룹 상무는 고령에다 치매 등 신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와 형집행정지를 반복하다가 얼마 전 숨졌다. 이 경우처럼 사법기관의 '눈치 보기' 판결과 형집행이 문제로 부각되면서, 최근 법조계 안팎에서 '사법치사(司法致死)'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사법부(司法府)가 사법부(私法部)로 전락하려는가?
법관이 법보다 자신의 신념, 편견, 소신 등에 따라 주관적인 판결을 내린다면 재판의 3심제도(三審制度)도 무의미해지고 이 사회의 법치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하급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뒤집어지더라도 해당 하급심 판사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판사들이 오판(誤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오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3심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라면 상급심에서 오판이 반드시 걸러진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실제로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재판부에서 처리되는 대부분의 대법원 사건들에서 주심 대법관이 의견을 내면 다른 대법관들이 이에 따르는 경우가 많아 법조계에서조차 대법원 판결이 '단독 판결'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 나라 공직자들의 경천근민(敬天勤民)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고 체념하고 있는 국민들도 법치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司法府)에는 존경과 신뢰를 보여왔다. 법관의 법복(法服)은 법의 엄중함과 법관의 권위를 과시하려는 목적 외에 법관 개인의 이념, 정치적 성향, 기호, 편견, 인간관계 등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은 법복 속에 덮어버리고 오로지 법으로만 판단하고 판결하라는 숨은 뜻이 있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헌법 제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관이 법에 입각하여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 않고 자신의 이념적,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면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는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벌이는 법정 난동 관련 보도들을 접하면서 우리 국민이 법정을 마치 승률조작 슬롯머신 도박장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만일 법관 개개인이 승률이 조작된 슬롯머신처럼 멋대로 판결을 내린다면 이 사회에서 정의와 법치가 지켜지겠는가? 국민이 재판부를 경시하고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는 법정모욕이 심각한 것이 누구의 책임인가? 국민의 무법이나 불법을 따지기 전에 사법부의 자업자득 위기현상 아닌가?
검찰에서조차 '유전 불구속, 무전 구속’이라는 말이 나오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한 술 더 떠서 ‘좌익무죄 우익유죄’라는 말까지 나도는 판인데, 사법부가 “판사 개개인이 독립기관이기에 간섭할 수 없다”며 수수방관인지 속수무책인지 침묵으로만 일관해서 될 일인가? 국민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신격(神格)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법부(司法府)가 사법부(私法部)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전 경희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