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전세대출 잔액 한달만에 1조↓…고금리 영향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은행권 전세대출 이자가 급증하면서 5대 은행의 대출 상환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10월 1300억원대에 이어 지난달에도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 줄어들었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영향이 큰데, 주거안정을 위해 전세를 택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전세대출 잔액은 133조 657억원으로, 10월보다 약 9987억원 줄어들었다. 이들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올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10월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10월 대출잔액은 9월보다 약 1351억원 줄었다. 10월에 이어 11월도 대출잔액이 줄어든 셈이다. 

   
▲ 최근 은행권 전세대출 이자가 급증하면서 5대 은행의 대출 상환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10월 1300억원대에 이어 지난달에도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 줄어들었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영향이 큰데, 주거안정을 위해 전세를 택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사진=김상문 기자


한 은행 관계자는 "거듭된 금리상승으로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차주(대출자)의 원리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전세 만기가 도래한 세입자 등 차주들이 이자부담에 부득이 월세로 돌아서면서 은행 대출상환액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금리의 연이은 상승으로 전세대출 준거금리인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와 금융채 금리가 급등한 까닭이다. 10월 코픽스는 3.98%로 한 달 전보다 0.58%포인트(p) 급등했다. 은행연이 2010년 공시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은행들이 부과하는 가산금리도 3% 중후반대를 기록하면서, 전세대출 상품의 상단금리는 연 8%를 돌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5억원을 2년 동안 변동금리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대출받을 경우, 5대 은행의 전세대출 하단금리는 연 5.03~6.65%, 상단금리는 연 6.43~7.85%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월 상환액(이자)은 약 182만 9167원~225만 4167원(마지막 상환달 24개월차 제외)에 육박한다. 

지난해 은행권 전세대출 금리가 연 2% 초반에서 3% 중후반을 형성했던 점을 고려하면, 1년여 만에 이자 부담이 2~3배 불어난 셈이다. 

대출금리가 급등하자,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 20만 5206건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1.8%로,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감원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70~80% 수준으로 높거나 등기부등본상 선순위인 근저당 금액 등이 과다한 이른바 '깡통주택'을 전세로 계약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계약종료 시점에 새로운 임차인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혹시라도 전세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될 경우, 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주택가격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신축빌라 등에서 전세계약 관련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이에 금감원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미리 가입해 보증회사로부터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표적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이 제공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회사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준다. 임대인 동의 없이 가입 가능하며, 전체 전세계약 기간의 절반이 경과하기 이전에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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