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 일감수주 시도…신분확인 강화해야" 정부합동주의보 발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IT 인력이 국적과 신분을 위장해 전세계 IT 분야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자금 확보에서 IT 분야의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의 우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일감수주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국가정보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고용노동부・경찰청・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국내기업들의 인력고용 시 신분확인을 강화해 북한 IT 인력을 고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는 정부합동주의보를 발표했다.

북한 IT 인력들은 해외 각지에 체류하면서 국적과 신분을 위장하고 프리랜서 신분으로 전세계 IT 분야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수주하고 있으며, 정부의 선제적인 점검 결과 북한인이 우리기업의 일감을 수주하려고 시도했던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북한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북한의 외화벌이에서 IT 인력이 벌어들이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한은 IT 분야에서 매년 수억 불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북한인이 외국인으로 위장하거나 외국인으로부터 구인·구직사이트 계정을 빌리는 등 불법 활동을 통해서다. 

이 때문에 각국 기업들은 북한인이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 채 이들에게 일감을 주고 업무협력을 하게 된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북한의 군수공업부와 국방성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 기관에 소속돼 있다. 따라서 우리기업이 철저한 신분확인없이 자칫 북한 인력을 고용하는 실수를 범할 경우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 북한이 정부 내 주요인사의 스마트폰을 해킹하고, 철도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7일 오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인터넷침해 대응센터 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국내 주요사이트 디도스(DDos) 공격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2016.3.7./사진=연합뉴스

북한 IT 인력의 특징은 유난히 저렴하게 일감을 수주하려는 경향이 있고, 하루종일 계정에 접속하는 등 장기간 노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정부의 주의보 내용에 따라 경계를 강화하고 북한 인력일 것으로 의심스러울 때에도 신고해야 한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당부했다. 미국에서도 주의보 발표 이후 기업들의 경각심이 높아져서 의심되는 계정을 차단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에 북한 IT 인력들이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일감을 수주할 가능성에 대해 구인·구직플랫폼에서 본인인증 절차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북한 IT 인력들이 신분을 위장했을 경우 걸러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주의보 발표를 통해 IT 인력 고용 시 철저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칠 것을 요청했다. 이 밖에 정부의 주의보에는 북한 IT 인력의 구체적인 활동 행태, 신분위장 수법, IT 분야 구인·구직플랫폼 기업 및 프로그램 개발 의뢰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상세하게 담았다.    
정부는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북한의 불법적인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미 지난 5월 북한 IT 인력에 대한 주의보를 발표한 바 있으며, 우리도 새정부 출범 이후 관계 동향을 파악하고 주의보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한편, 북한의 사이버범죄 대응을 위해 한미는 지난 8월과 11월 실무회의를 개최해 북한 IT 인력의 외화벌이와 암호화폐 탈취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한미는 11월 공동으로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대응을 위한 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에 16개 국가에서 정부인사와 암호화폐거래소, 블록체인 기업 싱크탱크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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