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국회는 1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대한 여진을 이어갔다. 이 장관 문책으로부터 시작된 여야 논쟁은 2023년도 예산안 및 10.29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마찰로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이에 앞서 여야가 합의했던 ‘선 예산안, 후 국정조사’ 협의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게 됐다.
여야는 이날 예산안 협상 최종시한이 3일 남았음에도 이견 축소보다 신경전에 더 집중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 지연에 ‘야당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을 견지했다. 특히 예산안 협상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주도한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 때문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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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10일 국회본회의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반면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초부자감세 관철과 10.29참사 국정조사 회피를 위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 장관 문책은 유가족들을 위한 ‘정치적 도리’로 예산안과 별개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연계해 국정조사 기한을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대립을 격화하자, 예산안 합의와 국정조사 실효성은 더욱 불투명해지게 됐다.
이날 민주당은 예산안 협상의 최종시한(15일)까지 국민의힘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수정안을 강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나아가 예산부수법안에서 중산층·서민 중심의 감세안도 추진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문제는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10.29참사 국정조사에도 적신호가 켜진다는 것이다. 현재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국정조사 기한은 이미 절반이 지났다.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부터 재발방지책까지 수립하기 위해선 기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정조사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기간 연장은 필수가 됐다. 하지만 예산안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기간 연장에 동의해 줄 가능성은 전무하다.
더불어 국민의힘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이미 이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집단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 민주당은 야권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이 배제된 국정조사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여야 대립으로 청문회가 단 한차례도 열리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가 강대강 대립을 중단하고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쟁만으로는 아무런 실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가 10.29 참사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실마리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받고 있다. 여야 모두 정치적 부담이 낮고, 실리도 챙길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69석으로 여당과 협상이 결렬될 경우 단독으로 수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 없어 감액만 반영된 예산이 국민 공감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문제다. 여야가 마찰음을 낼수록 ‘이재명 방탄’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최근 당 내부에서조차 공공연하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해 국정조사를 무의미하게 끝마친다면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참사를 정쟁에 활용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이 주장한 감액 중심 수정안 처리는 현실성 보다,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민주당은 수정안 강행을 양보하는 대신, 국정조사 기간 연장 및 여당 참여를 제안할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또한 예산안 합의를 위해선 국정조사 기한 연장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집단 사퇴 뜻을 밝혔다. 하지만 여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적 행동” 또는 “‘아직까지’ 보이콧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예산안이 합의될 경우 국정조사에 참여할 여지가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또 10.29참사 책임에 정부의 부실 대응을 규탄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 여당이 국정조사를 마냥 보이콧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대통령실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국정조사까지 외면하는 것은 국정 지지도 회복에도 부담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여야는 예산안 합의와 진상 규명이란 명분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실마리로 경색된 정국을 풀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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