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을 둘러싼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가입자들을 상대로 승소하면서 보험사와 가입자들 간 즉시연금 미지급 소송이 새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은 결국 대법원 판결까지 받게 됐으며 교보생명 항소심 선고기일은 연기됐다. 이번 삼성생명의 항소심 승소가 다른 보험사의 소송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사진=삼성생명 제공


16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 가입자 A씨 등 57명 소송대리인은 지난 9일 서울고법 민사12-2부(부자판사 권순형·박형준·윤종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23일 선고된 보험금 지급 원고 패소 판결에 불복한 절차다.

2심 재판부는 삼성생명이 연금액 산정 관련 사안에 관해 원고들이 보험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고 보인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삼성생명 약관상 조항에 명시돼있지 않았으며 가입자들이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긴 뒤 연금처럼 매달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원고들은 즉시연금 상품 유형 중 일정 기간 연금을 받은 뒤 만기에 이르러 원금을 돌려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즉시연금 판매 생명보험사들은 만기환급형 가입자의 만기환급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순보험료(납입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일부를 공제한 뒤 연금을 지급해왔다.

가입자들은 약관에 금액 일부를 공제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고 보험사에서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며 2017년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즉시연금 관련 분쟁이 시작됐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 내용이 불명확하다며 즉시연금을 판매한 전체 생명보험사에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으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이 이를 거부했고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즉시연금 가입자는 16만명에 달한다. 돌려줘야 할 보험금은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생명(4300억원), 한화생명(850억원), 교보생명(700억원), KB생명(391억원), 동양생명(209억원), 미래에셋생명(200억원), KDB생명(249억원), 흥국생명(85억원) 순이다.

그동안 즉시연금 소송에서 소비자 승소가 이어졌으나 이번 삼성생명의 승소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재 즉시연금 분쟁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은 이번 판결을 반기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생명은 2심에서도 패소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재판부는 지난 2월 산출방법서가 약관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동양생명도 패소해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흥국생명·DGB생명·KDB생명이 즉시연금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교보생명의 항소심 선고는 삼성생명 사례 등 즉시연금 미지급 관련 사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오는 21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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