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저마다 위기 대응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순위 싸움은 여전히 치열하다.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순위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내년도 투자은행(IB) 부문의 경쟁 구도도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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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권사들이 저마다 위기 대응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순위 싸움은 여전히 치열하다. /사진=김상문 기자 |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계 자기자본 순위에 변화가 감지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9월말을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1위는 미래에셋증권으로 자기자본은 9조380억원에 달한다. 2위인 NH투자증권의 6조8000억원과 큰 격차를 보이며 ‘1위 독주’를 펼치고 있다.
그랬던 이 구도에 최근 균열이 생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진원지는 자기자본 3위 한국투자증권이다. 한투의 자기자본은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약 6조2650억원 수준으로 현재로선 2위도 아닌 3위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지주‧계열사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지난 9월 금융위원회에 ‘한도초과 보유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이는 한국금융지주가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넘겼던 카카오뱅크 지분을 넘겨받기 위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5000만원 벌금형을 받은 지 5년이 경과하면서 카카오뱅크 주식매수에 나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승인이 있어야겠지만, 만약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원하는 만큼 확보할 경우 자기자본 규모는 9조원대로 급등한다. 즉, 자기자본 부동의 1위였던 미래에셋증권과 자웅을 겨루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긴다는 것은 종합투자계좌(IMA),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경우 증권사들의 IB 부문 경쟁구도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29곳의 올해 1~3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3조7802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증시가 크게 부진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견조한 수익을 낸 셈이다.
특히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을 맡는 등 IPO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낸 KB증권은 IB 부문 신흥강자로 급부상했다. KB증권의 인수‧주선 수수료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4% 급증했다. 내년에도 국내 증시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각 증권사들은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 업황 자체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 회사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수익 포트폴리오를 짜는 중”이라면서 “리스크 관리라는 큰 목표를 중심에 놓고서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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