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김해공항의 안전성과 수용력 부족에서 제기된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점차 정치적으로 이슈화되고 지역 이기주의가 더해지면서 지역간 유치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각종 시민단체들은 이와 관련된 토론회를 개최하고 공청회를 실시하는 등 바람직한 여론수렴에 애쓰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가 이슈가 된 시점부터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항공대학교 허희영 교수는 “수요조사에서부터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자유경제원에 기고한 칼럼에서 그는 “대책마련이 더 시급한 지역은 동남권역보다는 제주공항”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논의과정에서 국내외의 항공사와 여행업계의 의견은 배제되어 왔다”고 지적한 허 교수는 “공항의 1차 고객인 국내·외의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의견수렴이 오히려 수요조사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는 허희영 교수의 칼럼 전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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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건설에 대한 논의는 2002년 4월 5일 민군 겸용공항인 김해공항으로 착륙하던 중국 민항기가 추락하면서 공항의 안전성과 함께 제기되었다. 이후 김해공항의 지속적인 여객증가에 따라 수용력 부족이 예상되자 지역의 현안으로 부상했다.
한편, 정부는 2005년 제3차 공항개발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장기적으로 남부권의 신공항 개발 필요성을 제기했고, 2007년 당시 건설교통부는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제2관문공항 건설여건에 대한 용역결과를 통해 사업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했으나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1년 3월 국토교통부가 다시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2단계 용역결과를 발표하면서 신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했다.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혼잡한 제주공항 대책마련이 더 시급해
영남권역의 인구는 약 1,320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4에 해당된다. 그러나 국제선을 이용하는 공항이용객의 절대다수는 항공교통량의 약 2/3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의 인천공항을 이용한다. 현재 54개 국가의 188개 도시를 88개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서너 시간이면 공항에 도착해서 세계 각국으로 연결되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연간 이용객이 1천만 명을 넘어섰다고는 하지만 김해공항의 국제선 여객수요는 대부분 중국과 일본, 동남아지역의 관광수요로서 5시간 이내의 단거리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영남지역 최대인 김해공항에는 미주와 유럽 등에 대한 장거리노선이 없다. 나머지 4개 공항은 경부KTX의 운행, 항공수요의 수도권 집중현상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다. 남북통일과 같은 교통여건의 변화가 없는 한 획기적인 여객수요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편, 인천공항과 제주공항은 이용객 증가로 인해 이제는 혼잡공항의 반열에 들만큼 여객처리 측면에서 포화상태를 보인다.
2014년 적정여객처리규모를 초과한 인천공항은 현재 3단계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반면, 건설계획조차 수립되지 못하고 있는 제주공항은 중국관광객의 지속적 유입으로 인해 연간 여객이 2014년 말 2,3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극심한 혼잡을 겪고 있다. 사실, 대책마련이 더 시급한 지역은 동남권역보다는 제주공항이다.
미흡한 경제성
우선 투입부문을 보자. 약 1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사업예산규모는 신공항 건설의 타당성 확보에 심각한 제약요인이다. 2000년 이후 건설된 지방공항들의 투자규모(무안공항 3천억 원, 양양공항 3.5천억 원, 울진공항 1.3천억 원)에 비해 토목공사 등이 포함된 대규모 사업으로서 인천공항의 1, 2단계의 총건설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수입부문에서도 낙관적인 요인은 별로 없다. 신공항의 배후인 영남지역의 현재 수요만으로는 적자운영구조다. 그래서 새로운 수요창출을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외의 항공수요를 연결할 수 있는 거점공항 또는 허브공항의 기능을 통한 환승수요의 확보가 관건이다. 우리 국토면적에 두 개의 환승공항을 운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개항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인천공항의 경우는 2001년 개항 당시 김포공항의 국제선수요 전체를 흡수했기 때문에 초기효과가 크게 작용하였다. 이에 비해 영남지역의 5개 공항수요를 가정하더라도 총사업비 회수에 필요한 연간수요규모가 3,000만 명을 크게 미달한다. 수입 측면에서 적자구조가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다.
쟁점의 정리
첫째, 동남권의 신공항 건설이 지역의 요구대로 밀양과 가덕도 두 후보지 중에서 결정된다면,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투자가 수반되는 제2의 관문공항 건설사업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동북아 항공교통의 중심지를 지향하는 인천공항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항공노선을 운영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로서는 두 개의 거점을 중심으로 노선운영을 분산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우리나라 항공업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당초 김해공항의 안전성과 수용력 부족에서 제기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몇 차례의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이슈화되고 지역의 이기주의가 더해지면서 지역 간에 유치경쟁으로 변질되었다. 그동안 두 후보지 외에 제3의 대안을 심도 있는 논의한 바는 아직 없다. 그래서 현재의 프레임을 벗어나 김해공항의 확장 등을 포함한 현실적 대안들을 놓고 문제의 해법을 폭넓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지난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온 김해공항의 주변여건과 예측된 항공수요에 기초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 공항의 확장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이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60여년이 경과한 군공항의 작전기능을 재검토하여 이를 분리하는 방안은 가능한가? 수용력 문제를 해결한 해외의 유사사례들의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의문에서 오히려 손쉽게 해결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홍콩의 첵랍콕, 중국 상하이의 푸동, 일본 오키나와의 나하공항 등이 공항의 수용력 부족을 해결한 사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김해공항의 보조공항 건설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셋째, 대규모 국책사업을 위해서는 투자재원에 대한 조달방안도 함께 검토하는 절차도 이번 기회에 마련되었으면 한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기존 공항의 확장 또는 신공항의 건설 가운데 대안이 도출되겠지만, 최소한 수조 원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 항공인프라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지자체와 민간부문이 함께 참여한다면, 대규모 투자에 따르는 사업의 위험과 편익을 함께 공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끝으로, 공항의 성패는 항공사의 취항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항공사의 취항여부는 고객인 여행객들이 결정한다. 그동안의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국내외의 항공사와 여행업계의 의견은 배제되어 왔다. 공항의 1차 고객인 국내·외의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의견수렴이 오히려 수요조사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