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협상 공회전 불구, 야 3당 10.29참사 국조 개문발차
야 "불가피한 선택"vs여 "'선 예산, 후 국조' 위반"…갈등 고조
실종된 정치…여야, 벼랑 끝 전술에 예산안·국조 일거양실 우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정기국회가 종료된 지 열흘이 넘었지만 2023년도 예산안 협상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9일 야권이 단독으로 국정조사 계획을 의결한 탓에 여야 갈등이 고조돼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예산안은 물론 국정조사 또한 정쟁으로 얼룩져 본 취지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야 3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은 오는 21일 용산 이태원 참사 현장 조사를 시작으로 국정조사를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 협의가 공회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조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 새해 예산안 처리일 15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재한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앞서 여야가 마련했던 ‘선 예산, 후 국정조사’ 합의 위반이라는 논쟁이 불거져, 막바지에 이르렀던 예산안 협상마저 정쟁으로 발목 잡힐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야권은 국정조사 강행이 정쟁을 유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안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아, 남은 기한 동안 진상 규명을 하기 위해 차선을 택했다는 논리다.

반면 국정조사 파행 빌미를 잡은 국민의힘은 야권을 향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여론을 인식해 국정조사 보이콧 철회를 결정했지만,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기간 연장'에는 응하지 않아 논쟁의 여지를 남겼다.

특히 여당은 20일, 국정조사에 협력할 뜻을 밝히면서도 국정조사 특위 위원이던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닥터 카’ 논란에 “고발을 검토하겠다.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맹공에 돌입했다. 

이에 야당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유족을 대상으로 한 ‘막말’ 사건을 꼬집으며 응수에 나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라는 본질과 달리 국정조사는 시작 전부터 정쟁으로 얼룩지는 모양새다.

더욱이 합의 위반 논쟁으로 갈등이 격화된 탓에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안 협상을 위한 만남을 시도 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정조사로부터 재점화 된 정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게 됐다.

여야가 협상 대신 힘겨루기에 집중하자 정치권에서는 ‘정치’ 실종에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 삶을 위한 이해 조정에 나서야 할 국회가 민생을 볼모로 벼랑 끝 전술만을 고집해 피로감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거대양당의 줄다리기가 길어질수록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실망만 깊어질 것”이라며 “거대양당은 지금 국회 앞에서 한파를 견디고 있는 가장 정치가 절실한 국민 곁에 서기를 촉구한다”며 여야 정쟁으로 예산안·국정조사가 일거양실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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