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코스피 3000 주변에서 화려하게 개장한 2022년 국내 증시는 결국 단 한 번도 연초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1년 내내 흘러내렸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5월 취임하며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지만 한 번 형성된 하락추세를 반전시킬 수는 없었다. 주식투자 자체에 대한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실망과 시장 이탈, 연이어 터진 가상자산시장 악재, 신규상장(IPO) 시장 침체, 증권업계 구조조정 등 우울한 소식이 가득 했던 올 한 해 증권시장의 주요 뉴스를 돌아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주식투자를 10년 넘게 해온 베테랑들도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고 얘기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금융위기 급의 대형사건 없이 1년 내내 주가가 흘러내리면서 대응을 어렵게 했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깡통’을 차는 케이스도 다른 때가 아니라 올해 같은 장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국내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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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모습. 주가지수는 연초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1년 내내 흘러내렸다. /사진=김상문 기자 |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국내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이보다 더 나쁘기 힘들어 보일 정도로 최악이다. 최악이라며 한탄하는 사람조차도 많이 줄었다는 점에서 ‘절망적 침묵’이 시장을 감싸고 있다는 시각이 적절해 보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뚝심 있게 투자를 이어가는 개인투자자들을 일컫는 ‘동학개미’ 혹은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 등의 신조어 또한 자취를 감췄다. 아무도 감히 ‘존버’를 입에 올리지 못한다.
올해 내내 시장의 그림자로 작용한 사건은 단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시장의 반등을 점쳤던 연초의 기대감은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짧게는 몇 주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전황은 1년 내내 이어지며 결국 해를 바뀌어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년 내내 기준금리를 상승시키며 시장에 또 다른 재료를 제공했다. 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의 ‘입’은 물론 매월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국내외 주가지수에 엄청난 파장을 야기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바라봤다.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대응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올해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2.25%포인트(1.00%→3.25%)나 올린 전무후무한 해이기도 했다.
미국의 드라마틱한 금리상승은 전례를 찾기 힘든 달러 강세를 유발했다. ‘강달러’로도 모자라서 ‘킹달러’라는 말이 유행했다. 결국 9월 하순 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코스피는 연저점을 찍었다. 이후 환율은 12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지난달 2500선을 회복하는가 싶었던 코스피는 연말 들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문제로 또 다시 이달 들어 하락세를 굳히고 있다. 달러 환율이 다소나마 진정되고 있음에도 주가가 함께 내리는 기현상이 관찰될 정도로 시장은 심하게 몸을 사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증시 대기자금)은 45조1316억원이다. 올해 최저 수준인 것은 물론이고 연초 대비 거의 27조원이 감소했다. 개미들이 주식시장을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는 의미다. 개인 차원의 대응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던 올해 시장의 모습을 잘 요약하는 숫자들이다.
시선을 2023년으로 이어지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 속에 다수 증권사들이 ‘상저하고’라는 키워드를 내밀었다. 특히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이 윤곽을 드러내는 내년 중반이 돼야 금리 리스크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 증권사 5곳이 전망한 내년 코스피 예상밴드를 종합하면 이들은 코스피가 2062~2642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봐도 내년엔 3000선 근처조차 가기 힘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담겨 있는 예상치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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