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해도, 물어봐도 알쏭달쏭한 퇴직연금 ABC

검색해도, 물어봐도 알쏭달쏭한 퇴직연금 ABC

[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4월말 기준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낮은 이자를 기회로 집을 마련하거나 주식 등 투자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목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에 크게 관심 없는 이들에게 퇴직연금은 생소하기만 하다. 올해 초 3년간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 이혜진(28)씨는 퇴직금이 IRP계좌에 입금된다는 이야기에 당황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에는 퇴직금을 받기 위해 새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며 “퇴직연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익숙하지만, 퇴직연금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기만 하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은행 창구에서 물어봐도 DB, DC, IRP와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뒤죽박죽 섞여 골치만 더 아프다. 이로인해 퇴직급여가 IRP계좌로 입금되는 즉시 모두 인출하는 사람들이 많다. 퇴직금을 연금화시킬 수 있다는 퇴직연금의 개념은 아직까지도 쉽게 이해되지 않고 있다.

   
▲ 사진=미래에셋생명

DB, DC, IRP 도대체 무슨소리?

퇴직연금은 크게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 퇴직연금) 등 3가지로 나뉜다.

DB형(확정급여형)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퇴직금의 개념과 같다. 퇴직 전 3개월 월평균 급여에 근속년수를 곱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퇴직금을 운용하면서 위험을 부담하기에 근로자는 정해진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임금인상폭이 크거나 고용이 안정된 회사에 유리하다.

DC형(확정기여형)은 회사가 매년 연간임금의 1/12을 계좌로 납부하면 근로자가 적립금 운용방법을 결정해 불려나가는 형식이다. 운용에 따른 위험 부담은 근로자가 갖는다. 일부 조건을 충족하면 중도인출도 가능하다. 연봉제 기업 혹은 직장이동이 빈번한 근로자에 유리하다.

IRP(개인형 퇴직연금)은 쉽게 말해 퇴직금을 운용하는 계좌라고 볼 수 있다.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DC형처럼 운용할 수 있다. 계좌에 입금된 퇴직금은 즉시 찾아도 되고, 계속 운용하다 연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DB형, DC형 가입자도 연간 1200만원 한도 내에서 추가납입 가능하다.

   
▲ 사진=한국금융투자보호재단

세제혜택 ‘매력’, 수익성 ‘글쎄?’, 규제완화 ‘환호’

퇴직연금의 가장 큰 매력은 세제혜택이다. 지난해까지 연금저축 불입액과 퇴직연금 추가납입금앱을 합쳐 연 4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했다면 올해부터는 한도가 300만원 늘었다. 연금저축 400만원에 IRP를 개설하고 300만원을 추가 적립해 한도를 채운다면 총 700만원 중 13.2%의 공제율을 적용해 92만4000원을 돌려받게 된다. 정부는 세액공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에 한해 세액공제율을 16.5%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퇴직금을 IRP 계좌로 이체한 뒤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시금에 비해 세금을 30% 적게 내도된다.

운용방식에 따라 수익성은 천차만별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DB 원리금보장상품 기준 1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17개 은행·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증권사 중 12곳이 1분기 0.60%대의 수익률을 내는 데 그쳤다. 수익률은 최저 0.62%에서 최고 0.75%였다. 이를 연율로 환산(4배)하면 2.48%∼3.00% 수준에 그친다.

1분기 6000억원이 급증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개인형 IRP의 변수는 ‘수수료’다. 회사가 수수료를 내는 DB·DC형과 달리 개인형IRP는 가입자가 약 0.5%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즉 1.5%~1.8%인 정기예금보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산술적으로 2.3% 이상의 연 수익을 올려야 한다. 개인IRP 원리금보장상품의 1분기 수익은 0.6%~0.68%로 1년으로 환산했을 때 2.4~2.72% 정도에 그친다. 수수료를 떼면 수익률은 1%에서 2%초반이다.

투자 범위는 크게 확대된다. 7월부터 퇴직연금 사업자는 투자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자산을 제외하고는 모든 원리금 비(非)보장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DC와 IRP 위험자산의 투자한도가 적립금의 40%에서 70%로 확대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발목잡고 있던 규제가 풀리면서 사업자는 다양한 기대수익률 상품을 내놓을 수 있고, 가입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며 “위험은 가입자 몫이기에 신중하게 비교해본 뒤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DB보다 DC 선호 추세... 10년 새 퇴직연금 4배 증가한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의 ‘은퇴리포트 19호’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4년 107조원에서 2024년 430조원으로 10년 새 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DB형(76조원)이 압도적이지만 개인투자가 활성화됨에 따라 DC형(31조원) 규모가 2019년에는 상황을 역전시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적립금 중 투자상품 비중도 2024년에는 DB형(1%→12%) DC형·IRP(16%→41%) 모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DC형, IRP의 위험자산 투자한도(40%→70%) 확대, 운용규제 완화, 대표 포트폴리오 도입 등으로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개인형 IRP는 현재 8조원에서 2024년 90조원으로 증가해 적립금 전체의 21%를 차지할 전망이다. 퇴직연금이 IRP계좌로 입금되고, IRP계좌의 소득공제 한도가 늘어나면서 빠른 성장이 예측된다. IRP계좌를 통한 퇴직연금 수령이 가능한 55세 이상의 근로자가 앞으로 10년간 2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업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