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한번 전국경제인연합회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과 전경련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친기업을 표방한 정부에서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경련을 제외한 것은 논란을 만들기에 충분한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경련 역시 위상 회복을 위한 인적 쇄신 등 보다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미디어펜은 전경련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1961년 설립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경제 발전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특히 ‘재계 맏형’이라 불리며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한국 경제의 큰 축을 대변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그 위상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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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옥에 걸린 전경련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후 재벌개혁을 정책 기조로 삼은 문재인 정부에선 5년 내내 ‘패싱’ 논란에 시달렸다. 이로 인한 대기업의 직간접적인 피해도 잇따랐다.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 정책과 ‘재계 저승사자’라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국 신설에도 각개전투로 대응해야 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탈퇴한 일부 기업 또한 필요시 전경련의 문을 두드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경련의 위상 회복에 관심이 집중 됐다. 문 정부가 국정농단 사태를 이유로 5년 내내 전경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친기업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위상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었다.
실제로 전경련은 윤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3월 경제단체장들과의 만남을 주선해달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요청을 받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추락한 위상이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단체장들이 함께한 만찬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외되면서 다시 한번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전언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경련이 이번 만찬에서 빠진 것에 대해 “경총 등 다른 경제단체들을 통해 대기업은 커버가 되므로 전경련은 부르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입장과 달리 다른 경제 단체가 전경련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나 경총은 대기업을 대표하기 보단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견기업 전체를 아우르는 단체다. 이 때문에 대기업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하다 보면, 대기업에 불리한 목소리에 타협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주요 선진국들 역시 대기업을 대변하는 단체가 존재한다. 미국에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고,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 역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세계 시장에서 전투를 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대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역할을 대변하는 전경련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대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전경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 투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전경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그동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해온 내공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 경제단체와 쌓은 협력관계를 통한 민간 주도의 국제 업무에 특화돼 있다.
다만 지난 국정농단 사태로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재계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현재 삼성, LG, SK, 현대차 등 4대 그룹 모두 전경련을 떠난 상태다. 때문에 전경련의 위상회복은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에 달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다소 위축되긴 했지만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경련의 역할은 분명하고, 일부 탈퇴한 기업들도 필요시 전경련에 도움을 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경제 단체가 전경련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의견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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