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이용 중인 대출자들이 최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변동금리 대출자 비중이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년간 초저금리에 편승해 정책모기지보다 금리가 낮은 은행권 상품을 이용한 까닭인데, 은행권의 고정금리 상품 부재를 두고 장기성 고정금리 자금조달수단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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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이용 중인 대출자들이 최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변동금리 대출자 비중이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
26일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한 '주요국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비중 비교 및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주담대 금리 인상 폭은 미국에 견줘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 은행권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이 미국보다 압도적인 게 주요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변동금리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7월 현재 월중 신규취급액 및 잔액 기준이 각각 82.3%, 78.4%를 기록했다. 지난 2017~2021년 평균 66.2%, 68.5%보다 크게 상회한 수치다.
미국의 변동금리 비중은 15%에 그친다. 그 외 주요국을 살펴보면, 스페인 36%, 캐나다 28%, 영국 7%, 프랑스 2% 수준이다. 우리보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94%)와 호주(81%)에 그쳤다.
특히 미국의 경우 주택저당증권(MBS) 등 장기 고정금리 자금조달시장이 발달돼 대부분의 모기지대출이 거치기간 20~30년에 고정금리·분할상환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이 덜 발달된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변동금리형 대출 비중이 높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상환부담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들에 비해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인플레 장기화와 정책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대출자)의 상환부담과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변동금리형 주담대에 의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은행권의 장기성 자금조달수단이 부재한 구조적 문제가 꼽혔다. 국내 은행권은 주로 예·적금, 양도성정기예금(CD), 은행채 등 주로 만기 5년 이하의 단기조달방식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하게 되면, 만기가 불일치하고 금리변동 리스크에 오롯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신 선임연구위원이 실제 분석한 결과, 국내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과 평균 수신만기 간 명확한 역배열 관계를 보였다. 또 장기 고정금리 상품인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취급액이 줄어들수록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주요국의 경우, 금융기관이 자본시장에서 MBS와 같은 장기성 자금조달상품 등을 통해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여수신 간 만기구조를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최근 몇 년 간 대표 변동금리상품인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비중이 급증했고, 지난 수년 간 변동금리형 상품 금리가 고정금리형보다 낮았던 점도 구조적으로 변동금리 비중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신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정(확정)금리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미국형 단일 트랜치 지급(PT)형 MBS'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금공의 정책 모기지 외에도 시중은행들이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장기 MBS 상품을 발행하고 관련 유통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형 PT형 MBS는 기초자산인 모기지론으로부터 발생하는 상환 원리금이 투자자에게 그대로 지급(PT, 패스스루)되는 형태로, 금융권의 모든 위험이 투자자에게 전가된다. 대출채권의 소유권, 조기상환 위험, 금리변동위험, 채무불이행위험 등 투자에 따른 책임을 투자자가 전적으로 지는 대신, 대출상환에 대한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신 선임연구위원은 MBS 상품구조를 단순화해 유통시장에서 회전율을 높이고 투자자의 자금회수를 쉽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형은 투자자 지분에 따라 상환이 이뤄지지만, 우리나라는 선순위 트렌치부터 순차적으로 상환이 이뤄진다.
미국의 MBS 유통시장 회전율은 지난해 약 653%를 달성해 미 국채 69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MBS 회전율은 약 60%로 국채 435%, 회사채 88%, 특수채 103%보다 크게 못 미쳤다.
이 외에도 MBS 시장 수급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 발행 MBS에 대한 공적 신용보강 및 고유동화 조치를 펼치고, 장기채권 수요 확충을 위한 연기금·보험사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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