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순수전기차 모델이 내연기관 모델을 추월할 만큼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완성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플래그십 세단 디 올 뉴 그랜저가 등장했다.
내연기관 마지막 세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등장하며 새로운 플래그십의 등장이었다.
그랜저는 국내 최초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현대차에서 분리된 후 다시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자리에 복귀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그랜저가 7세대 모델로 새롭게 등장하며 국내 완성차 시장에 진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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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세대로 돌아온 현대자동차 플래그십세단 디 올 뉴 그랜저. /사진=미디어펜 |
외관공개 이후 사전계약 기간 동안 11만 대 이상이 계약된 것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의 기염을 내뿜고 있다. 그랜저가 새롭게 등장한다는 소식만으로 시장에서 보여준 관심인 것이다.
다만 전기차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완성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으로 등장한 그랜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았다. 당장 중형세단 쏘나타가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6보다 판매량이 적게 집게 되는 등 이변이 발생하고 있는 시기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랜저는 이런 우려를 가볍게 불식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고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7세대인 디 올 뉴 그랜저는 내연기관 뿐 아니라 친환경라인업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된다. 나아가 내연기관 기반에 E-GMP기술을 이식한 전기차 역시 등장이 예고돼 있다.
즉 현대차는 자사의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를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시장에 등장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한 대, 운전자와 승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한 대로 그랜저를 시장에 등판시켰다.
특히 대중차 브랜드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고급스러움과 함께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게 이번 디 올 뉴 그랜저다. 이런 그랜저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전도 양분돼 있다.
전세대 모델까지 풀옵션차량 가격이 5000만 원 중반대였던 모델이 6000만 원에 육박할만큼 가격이 올랐다. 원가상승요인도 있지만 전세대 모델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내연기관 마지막 시대에 과하다는 평가와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는 기대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하듯 현대차는 과감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게 했다. 한번이라도 더 눈이가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면 그릴부터 강렬한 면모를 선사했다. 지난 6세대 페이스리프트에서도 과감한 그릴 디자인이 시도됐지만 이번 신형에서는 언뜻 현대차의 대형 RV '스타리아'의 전면부가 연상되는 모습이다.
두툼한 두께의 그릴에 가느다란 수평형 LED 램프의 조합은 플래그십 세단에서 반영하기 힘든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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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세대로 돌아온 현대자동차 플래그십세단 디 올 뉴 그랜저의 과감한 전면 디자인. /사진=미디어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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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세대로 돌아온 현대자동차 플래그십세단 디 올 뉴 그랜저 엔진룸. /사진=미디어펜 |
나아가 그랜저 XG 이후 처음 등장한 프레임리스 도어와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 등도 새로운 시도였다. 후면부에도 슬림한 라인의 리어 콤비 램프가 보였다. 전면부가 워낙 독특하게 느껴져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느껴졌다. 후면부의 경우 전세대 모델과 괘를 같이하는 느낌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아보였다.
차체는 시각적으로는 전세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수치상으로는 확실히 커보였다. 전장은 5035mm로 기존 모델보다 45mm나 길어졌다. 그랜저보다 상위 모델인 제네시스 G80(4995mm), 경쟁 모델 기아 K8(5015mm)보다도 길다. 휠베이스도 10mm 늘어난 2895mm로 공간성을 확보했다.
차량에 탑승했는데 내부 디자인은 깔끔하면서 넓어 보였다.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이 일체형으로 통합된 디스플레이는 중앙 하단에 위치한 풀터치 10.25인치 대화면 통합 공조 컨트롤러와 조화를 이루며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또한 디스플레이와 송풍구의 수평 라인도 돋보였다.
원 스포크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은 과거 1세대 각그랜저의 향수가 느껴진다. 1세대 그랜저의 존재감을 알고 있는 운전자들에게는 과거 레거시(유산)가 떠오를 수 있는 부분이다. 운전석 앞부분에 'Calligraphy'라고 쓰여있어서 시승 차량이 캘리그래피 트림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번 디 올 뉴 그랜저의 두드러진 변화는 컬럼 타입의 전자식 변속 레버가 장착된 점이다. 기존 모델에서는 버튼 방식이 적용한 바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 라인업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전기차에 제한적으로 컬럼식 기어가 탑재됐다.
컬럼식 기어를 비롯해 계기판 그래픽, 실내 지문 인증 버튼 등에서 미래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미래차를 만나는 기분도 만끽 할 수 있게 한 디 올 뉴 그랜저다. 또한 기어가 스티어링 휠 부근으로 이동하면서 센터 콘솔의 공간이 더욱 넓었다. 플로어 콘솔은 수납하기 편해졌다. 공간 내부에는 자외선 살균 기능이 적용돼 디테일한 부분까지 플래그십의 면모를 과시한다.
뒷좌석 역시 최상위 모델의 면모를 과시한다. 넓은 2895mm의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넓은 실내공간을 과시하는 모델 답게 넉넉한 여유 공간이다. 나아가 뒷좌석에서 통풍과 열선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본격적으로 주행하기 전에 공조 설정 등도 조작해봤다. 먼저 디스플레이 왼편 'CUSTOM THEME'을 누르니 온도, 열선, 통풍 등을 조작할 수 있는 화면이 나왔다.
그 후 'NORMAL THEME'을 누르니까 에어컨, 풍향 등을 설정할 수 있었다. 다시 'SIMPLE THEME'을 터치하니 △시원하게 △따뜻하게 △쾌적하게 △공기청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처음 조작은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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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세대로 돌아온 현대자동차 플래그십세단 디 올 뉴 그랜저 엔진룸. /사진=미디어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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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세대로 돌아온 현대자동차 플래그십세단 디 올 뉴 그랜저 1열 실내인테리어. /사진=미디어펜 |
전반적으로 혁신적인 시도가 많은 디 올 뉴 그랜저다. 이 가운데 과거의 유산을 이어 받으며 헤리티지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고급세단과의 구분감은 확실히 존재한다. 그랜저가 현대차의 플래그십이기는 해도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시승한 모델은 그랜저 캘리그래피(4690만 원)에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3.5 엔진,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Ⅱ, 파노라마 선루프, 하이테크 패키지, 뒷좌석 VIP 패키지, HTRAC이 추가된 5710만 원(개소세 5%) 사양이다.
파워트레인은 3.5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HTRAC 사륜구동 조합으로 최고출력 300마력(6400rpm), 최대토크 36.6kgm(5000rpm)을 발휘한다. 20인치 휠 기준 공차중량 1800kg, 복합연비는 9.0km/ℓ(도심 7.7, 고속 11.2)다. 2WD는 9.7km/ℓ(도심 8.3, 고속 12.2)다.
운전석 시트포지션은 이전 대비 다소 낮아졌다. 저중심 설계의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시보드의 위치가 함께 낮아져 크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조사되는 거리가 가까워지고 선명해진 최신 버전으로, 현대차 라인업 중 가장 시인성이 좋게 느껴졌다.
정차시 소음과 진동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기본형 트림부터 윈드실드, 1-2열 도어, 리어 쿼터까지 이중접합 차음유리로 두른 효과다. BOSE 사운드 적용시 제네시스의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까지 더해진다. 급가속시 중저음의 흡배기 사운드를 만드는데, 사운드가 좋다.
신형 그랜저의 주행감각은 무게감이 강조됐다. 제원상 1.8톤에 불과하지만 감각적으로는 2톤을 상회한다. 초반출력을 줄여놓고 중후반의 출력을 강조한 듯한 의도가 보여진다. 의도적으로 무게감을 강조한 셋업으로 인해 후륜구동 기반의 제네시스 G80와 유사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정숙성과 승차감 기준으로 제네시스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시승차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모델이다. 충격저감형 댐퍼는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소화하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주행모드별 승차감 차이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노멀에서도 탄탄한 설정이다. 브레이크는 G90의 쇼퍼모드처럼 푹신하게 밟히는 타입이다.
스마트스트림 G3.5 엔진은 그랜저에는 처음 적용된 유닛이다. 기존 3.3리터 엔진과 다르게 간접분사(MPI)와 직분사(GDI)를 함께 사용해 저소음, 고출력, 고효율에 대응한다. 열효율과 실린더 마찰을 개선했다. 3.5 엔진은 N 라인업을 제외하면 가장 스포티한 배기음을 지녔다.
일상주행에서 그랜저 3.5의 엔진은 1000~1500rpm 범위의 저회전 중심의 가속을 이어간다. 정숙성과 연비에서 이점을 보이는 설정이다. 제대로 된 힘은 고회전 지향형 엔진이다. 때문에 스포츠모드에서 4000rpm 이상의 구간에서 차의 성격이 변화된 듯한 느낌마저 느끼게 된다.
HTRAC 사륜구동 시스템은 급가속이나 조향이 들어간 상태에서의 가속 시 빠르고 안정적인 가속을 만들어준다. 고출력 전륜구동 모델의 경우 급가속시 충분한 그립이 생성되지 않아 휠스핀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랜저 3.5 모델과 사륜구동 시스템은 추천할 만한 조합이다.
특히 동일한 사양에서 2WD과 AWD과의 연비 차이가 1km/ℓ 이하로 나타나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
또한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 플래그십 모델로의 가치 부여에 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동급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팝업식 도어핸들이나 프레임리스 윈도우, 극단적으로 슬림한 외장 램프를 적용했다. 국내 대형세단 시장에서 그랜저는 여전히 가격대비 좋은 상품성을 보여준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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