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전 정권 인사' 분류돼 고배…대통령 결정 이목 집중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김성태 기은 전무의 내정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정은보 전(前) 금융감독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전 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데다, 노조에서도 수 차례 강력 반대 성명을 내면서 정부가 '내부 인사'를 발탁하기로 급선회한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김성태 기은 전무를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유력 검토 중이다. 내부인사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는 리스트에 오르내리지 않는 모양새다. 기은 행장 자리는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업계에서는 이날이나 내일(30일) 중 김 전무를 차기 행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김성태 기은 전무의 내정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은보 전(前) 금융감독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전 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데다, 노조에서도 강력 반대 성명을 내면서 정부가 '내부 인사'를 발탁하기로 급선회한 모습이다./사진=기업은행 제공


김 전무는 1989년 기은에 입행해 미래기획실장, 경영전략그룹장, IBK캐피탈 대표이사 등 주요 직책을 두루 맡았다. 특히 내부에서 기획·전략을 총괄하는 핵심요직을 거쳤고,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인사로 평가받는다. 

한 관계자는 "어제 밤에만 하더라도 금융위에서 (차기 행장을 아직) 제청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일각에서는 이미 정해졌는데 제청을 안 하고 있다는 설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데다 이미 유력하게 거론되는 만큼, 현 상황만 놓고 본다면 (김 전무의 내정이) 유력해 보이는데, 오늘 내일이나 늦으면 1월2일 인사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윤종원 현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 2일 만료되는 만큼, 인사가 늦어지면 이 시기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임명 전이긴 한데, 분위기는 김 전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며 "임명되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부분이라 인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차기 행장으로 유력 거론되던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사실상 고배를 마시게 됐다. 정 전 원장은 지난해 8월 금감원장으로 임명됐으나, 정권 교체로 9개월 만에 금감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사실상 어느 진영에도 속박되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최근 기은 행장 후보에 정 전 원장이 있다고 직접 언급하면서, 정 전 원장의 차기 행장 임명 가능성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이후 노조를 중심으로 관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면서, 정부도 끝내 결정을 급선회한 모습이다. 더욱이 전 정권이 내정한 감독기관장이라는 점이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정 전 원장을 어떻게 바라볼 지 모르겠다"며 "경제관료들은 행시로 임관해 그 길을 밟아온 것인데, 정 전 원장은 금감원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전 정권 인사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기은 내부에서는 김 전무 유력설을 반기는 모습이다. 앞서 기은 노조는 내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내부 출신 행장'을 원했다는 발표를 내기도 했다. 또 조합원들은 차기 행장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기업은행에 대한 전문성'과 '충성도'를 꼽았다. 외부 출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조직에 대한 이해 부족’과 '친정부 정책 추진'을 선택했다.

외부 인사가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 하지만, 기은만의 오랜 전통, 조직문화, 코드 등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일이 소요돼 행장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평가다. 

기은 노조 관계자는 "기은은 기타공공기관이고 타행과 통합되는 것 없이 설립 후 독자적으로 버틴 은행"이라며 "최근까지 금감원장이었던 사람이 직에서 내려오자마자 시중은행과 비슷한 성격의 은행으로 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관료 출신들이 행장으로 많이 왔는데, 우리가 가진 나름의 전통과 조직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 애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로선 김 전무의 내정이 유력해보여 노조에서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기은은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내부출신 인사인 조준희, 권선주, 김도진이 내리 행장직을 맡으며, 국책은행의 문제로 꼽히는 관치인사 논란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수석비서관을 맡은 윤종원 현 행장이 자리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 전무가 차기 행장으로 내정되면 기은은 관치 논란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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