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자산 증식보다 부의 분배 측면으로 세워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부동산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순자산 상위 가구의 부를 더 크게 늘려 부의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주택 소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25~44세 가구는 최근 대출 문제로 금융부채가 급증했는데, 금리 상승 여파로 부채의 질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자본시장연구원이 펴낸 '부동산가격 상승이 가계의 자산·부채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가격 상승은 금융부채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부동산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순자산 상위 가구의 부를 더 크게 늘려 부의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주택 소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25~44세 가구는 최근 대출 문제로 금융부채가 급증했는데, 금리 상승 여파로 부채의 질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주택소유율이 낮으면서 전·월세 비중이 확대되는 25~34세 가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금융부채가 늘어났고, 35~44세 가구도 주택구입 및 임차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을 중심으로 금융부채 증가세가 높았다. 다만 35~44세 가구는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실물자산 가치도 늘어나면서 자산과 부채가 함께 증가했다. 

특히 이들 세대가 보유한 부채의 질과 구성이 금리상승기를 맞이하면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화영 연구위원은 "25~34세 가구는 금융부채에 주로 기인해 자산이 증가했으며 다른 연령 그룹에 비해 순자산의 기여도가 크게 낮다"면서 "35~44세 가구의 경우 부채의 기여도가 적은 편이 아니나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순자산의 기여도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소득보다 금융부채가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이들 세대의 금리위험 노출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세대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을 살펴보면 45~64세가 102%를 기록한 반면, 자산축적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25~34세와 35~44세는 각각 144%, 133%까지 치솟았다. 

금리상승으로 촉발된 원리금상환 부담 증가는 금융부채의 질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정 연구위원은 "이들 가구(25~44세)는 과다한 부채로 인해 금리상승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2021년 하반기 이후 진행되고 있는 가파른 금리 상승세가 재무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평했다. 

부동산가격 상승은 가구별 부의 증가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순자산 상위 가구일수록 부동산가격 상승기에 두드러졌다. 순자산 상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하위 가구보다 더 낮았음을 고려할 때, 소득보다 부동산(자산) 가격 상승이 부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수년간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2017년 대비 2021년 순자산 증가율은 상위 10%와 10~40%가구가 각각 36%, 32%를 기록한 데 반해, 하위 60%는 19%에 그쳤다"며 "상위 10%와 10~20% 가구의 실물자산 증가 규모는 각각 4억 8000만원, 2억 3000만원에 달하는 반면, 하위 60% 가구의 실물자산 증가는 이들 가구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이 부의 증식 수단이라는 게 입증된 만큼, 연령대를 막론하고 순자산이 늘어날수록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국에서는 순자산 상위 가구일수록 주식 등 금융자산 비중이 높고, 중하위 가구에서는 부동산자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 연구위원은 자산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는 부동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정책적 관심을 '부의 분배' 측면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거 안정을 달성하는 동시에 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부동산 정책이 조성돼야 한다는 평가다. 

아울러 주택시장의 흐름과 위험요인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도 주문했다. 정 연구위원은 "금융환경의 긴축적 변화로 인한 주택구입 부담 증가,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부동산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축적된 금융불균형으로 인해 주택시장 충격이 실물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 25~44세 가구가 향후 재무건전성 악화로 경제의 취약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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