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2분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당초 업계 예상과는 달리 잇따라 발표되는 경기지표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6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제조업의 5월 업황BSI는 75로 전달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6월 전망치도 77로 5월 전망치(82)보다 5포인트 낮았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아래면 반대의 뜻이다.

올해 BSI는 1월 73에서 2월 74, 3월 77, 4월 80으로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유지하다 2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별는 대기업(86→81)과 중소기업(73→68)이 전달보다 각각 5포인트씩 내렸고 수출기업은 4포인트, 내수기업은 6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수출 부진에 영업일수 감소가 겹치면서 제조업의 BSI 지수가 하락했다”며 “내수기업 중에도 수출기업에 부품과 소재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많아 수출부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한 5월 경제심리지수(ESI) 역시 98로 4월(100)보다 2포인트 내렸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1월 1.9% 하락 후 2월 2.2%로 증가 전환했으나, 3월 0.5% 감소한 이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광공업 생산은 석유정제·화학업계 정기보수, 3월 중 대형 해양플랜트 등 완료에 따른 조선·금속가공 생산 둔화가 감소세를 이끌었다.

경기회복이 더딘 데에는 수출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 회복 부진에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일본,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일본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7%, 유럽 지역 수출은 18.8%나 각각 감소했다. 또, 중국의 성장세 역시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같은 경기부진에 시중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6월부터 보금자리론 금리를 0.1% 올린다고 발표했다. 지난 20일부터 0.2%p 올린 데 이어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 인상으로, 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3.05∼3.30%에서 3.15∼3.40%로 조정된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는 추세로 돌아섰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이 1099조3000억원으로 1100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비중이 28%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700조 이상이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부담해야 할 총 이자가 연간 1조7500억~2조원 불어나는 셈이다.

특히 제2금융권 대출이 227조원에 달하고, 이를 이용하는 주 고객층이 영세 자영업자 등 서민층인 것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이 곧 ‘이자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이같은 우려에 한국은행이 6월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엔저 등으로 인한 수출 감소와 각종 경제지표가 뚜렷한 경기개선 신호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4월까지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5월도 20일 정도까지의 추이를 보면 4월과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크다보니 수출 부진이 경기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훨씬 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한 발언이다.

옐런 의장의 이 발언 이후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반대로 원·엔 환율은 하락했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한국 금리 역시 충분히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곧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 문제로 이어져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주요 경제지표들이 상승곡선을 그리지 않는 이상 3월 2.0%에서 1.75%로 내린 뒤 2개월째 동결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가 경제지표 결과를 평가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만큼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