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차량 판매 비중 미미, 혜택 규모 적어
보조금 정책 시행 유예 등 핵심 대안 끌어내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자국산업보호를 위해 졸속으로 처리됐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한국과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이 반발하자 미국 정부가 렌트·리스 등 상업용 차까지 보조금해택을 확대했다. 

다만 현재 현대차그룹의 전체 미국시장 판매 비중에서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업용 차량인 만큼 큰 효과를 누리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 정부가 요청한 '북미 최종 조립 요건 3년 유예' 요청이 받아 들여질 것 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 /사진=미디어펜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우리 정부는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상업용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가이던스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번 가이던스의 핵심은 북미지역에서 생산하지 않은 전기차라도 리스·렌트 차량 등 상업용 차량으로 구매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상업용 전기차 가이던스'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 정책과 관련해 지적받는 '차별' 요소를 일부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4일 한국 정부는 미국 재무부에 "렌터카와 단기 리스 차량으로 세제혜택 대상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미국 재무부가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리스 차량을 포함하면서 사실상 한국 정부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간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며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점유율 하락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같은 가이던스 발표로 IRA 적용에 따른 점유율 하락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리스 차량이 포함된 것은 한국의 의견이 미국 정부 정책에 반영된 것"이라며 "미국에서 리스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해 IRA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현대차그룹의 전체 미국시장 판매비중에서 리스와 렌트 같은 상업용 차 판매 비중이 약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만큼 큰 효과를 보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미국의 리스 시장은 전체 차량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미국에 등록된 총 등록 차량은 약 2억8690만 대로 이 중 3분의 1인 약 7172만 대가 리스 차량이다. 미국의 리스 시장은 지난 2019년까지 상승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축소되고 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리스 시장은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약 7.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현대차그룹도 당장 비율은 높지 않지만, 리스가 IRA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현대차가 빠르게 리스 판매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다만 미 재무부는 차량 수명의 80~90% 해당하는 '장기리스'나 '리스 계약 종료 후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경우' 등 사살상 판매에 해당하는 리스는 세액공제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쟁점은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이다.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은 내년부터 배터리를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이상 사용해야 3750달러를,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세부 규정을 확정하지 않으면서 배터리와 핵심광물 요건 적용 여부를 오는 3월로 연기했다. 현재 지침에 따르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선 전기차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

이에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조기 착공하면서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다만 조지아주 공장이 오는 2024년 하반기에 준공되더라도 약 2년간 보조금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이에 한국 정부는 현대차그룹도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북미 최종 조립 정의 완화나 해당 규정 시행 3년 유예를 요청하고 있다. 이번에 재무부가 공개한 지침에는 '북미 최종 조립 정의' 완화는 담기지 않고, 북미의 범위를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으로 한정했다.

특히 북미 최종 조립 요건 3년 유예의 경우 법 개정 사항이다 보니 쉽게 적용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도 이와 관련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IRA 3년 유예안이 상·하원에서 모두 발의된 점은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통과는 불투명하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이번 가이던스 발표 이후 미국이 추가로 다른 예외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조금 차별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으로 보조금 정책 시행을 유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양국은 지난달 12일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제7차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열고 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우려와 의견을 다루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차선책으로 부품의 일부만 미국에서 조립해도 '북미 최종 조립'으로 인정해 달라는 방안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품 운반이나 조립 비용 등 추가 부담이 생기지만, 보조금 혜택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현대차가 미국에서 플릿 판매(fleet sales·관공서, 기업, 렌터카 업체에 차량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방식) 비율이 높았던 만큼, 실제 플릿 판매를 통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개인이 많다"며 "3월이 돼야 확실히 알겠지만, 기존 IRA정용보다 여유가 생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