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리열길 당비서·박수일 총참모장, 작전통…전술핵 실전화와 관련”
김정은, 대남 핵 선제공격 또다시 언급…600㎜ 초대형 방사포 실물 공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김정은 신년사’에 해당하는 노동당 전원회의 최종 결과 보고는 지난해 성과에서나 올해 목표에서 단연 국방력에 방점을 찍었다. 5개년 경제계획에서 ‘본보기 살림집’ 건설 외 눈에 띄는 실적이 없어보이는 것에 비해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국방력 강화와 대적 행동에서 극적인 변화들을 달성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는 보고에서 대미·대남 대적 행동에 상당량을 할애하며,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핵무력의 선제공격 가능성,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 핵탄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대, 최단기간 내 첫 군사위성 발사 등을 제시했으며, 새해 개발할 무장장비와 그 생산목표까지 지시했다.

그는 대남·대외 부문을 중심과업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남북관계 상황과 외부적 도전에 대한 분석에 기초할 때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투쟁원칙을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김 총비서는 지난해 군사력 증대의 성과에 이어 새해에도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면서 ‘군서열 1위’ 박정천을 포함한 군부의 주요인물들을 교체했다. 전문가들은 박정천 자리에 임명된 리영길 신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발탁이 전술핵무기 실전화·작전화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새해 첫날 방점을 찍듯 대남 전술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연관해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가 전원회의 최종보고를 통해 대남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600㎜ 초대형 방사포 실물을 공개하면서 연말연시 연이틀 검수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혀 실전배치를 예고했다. 김 총비서는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 연설에서 “높은 지형극복능력과 기동성, 기습적 다연발 정밀공격능력을 갖췄으며,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핵심 공격무기”라고 밝혔다.  

박정천 전 노동당 비서 겸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포병 분야 전문가이면서 담화 발표도 맡아 하는 등 강경책을 대변하는 ‘입 역할’도 해온 군부의 총괄책임자였다. 그 자리에 리영길 전 국방상이 임명됐는데, 그는 3군단장, 5군단장, 총참모부 작전국장, 총참모장, 사회안전상, 국방상 등 군부와 공안 분야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센터장은 “박정천이 주로 포병 분야 전문가였다면 리영길은 야전 및 작전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조선소년단 9차 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2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23.1.2./사진=뉴스1

리영길과 총참모부와 작전총국에서 함께 일했던 박수일이 총참모장에 새롭게 발탁했다. 박수일도 사회안전상, 1군단장, 8군단장, 총참모부 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 출신으로 작전통이면서 군사행정에도 밝은 인물이다. 이 밖에 미사일 개발 주역 중 한명인 유진 전 당 군수공업부장이 당 중앙위 위원에 보선된 것도 눈길을 끈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은 “리영길과 박수일의 발탁은 전술핵무기 실전화 및 작전화 구도의 연속선상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면서 “국방상에 임명된 강순남 당 민방위부장도 군단장 출신이면서 인민무력성 부상을 지내 야전작전에 밝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통일연 북한연구실은 이어 “강순남을 포함해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새로 임명된 주창일 선전선동부장, 리히용 조직지도부 1부부장, 김수길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 김상건 규율조사부장 겸 당중앙검사위원회 부위원장도 당적 통제와 선전선동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보강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새해 북한의 무력도발은 지속되고 남북 간 정치군사적 긴장도 고조될 것으로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될 때 북한의 반발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 과제로 남북 간 국지충돌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이 되는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일 발표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분석 및 전망’에서 “한미훈련이 실시될 경우 북한의 반발은 수위의 문제이지 거의 분명하다. 과거와 달리 최근 북한은 한미훈련 기간 중 도발을 멈추지 않았고, 향후 그 수위가 더 높아지고 방식도 다양해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통일연 북한연구실도 “올해 상반기에만 키 리졸브, 독수리훈련, 쌍용훈련(한미 해병대 상륙훈련) 등 한미훈련이 역대급으로 20여개 예정돼 있고, 하반기에도 다수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북한의 대응이 예상된다. 북한이 전술핵 실전운용 차원에서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올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과 4월 25일을 기해 군사정찰위성 시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 5월 19~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전후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7월 27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기해 대규모 열병식 및 신종무기 공개, 중국·러시아와 고위급대표단 교류를 통해 북·중·러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8월 을지프리덤실드 한미훈련과 하반기 한미 공중연합훈련, 9월 9일 공화국 창건 75주년 등이 북한 도발의 주요 타이밍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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