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쉼없이 단행하고 있지만, 각 기업에서는 살림살이가 오히려 나빠졌다는 말이 나온다. 제품 가격을 올렸어도 원가와 비용 상승 등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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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제일제당 로고/사진=CJ제일제당 제공 |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국내 식품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8%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2%p 줄었다.
같은 기간 식품사업 전체(글로벌+국내) 영업이익은 11.1% 늘었다. 사실상 CJ제일제당의 수익은 바이오와 글로벌 식품이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누계 바이오 매출(3조119억 원)은 식품(8조2716억 원)의 절반이 채 안되지만, 영업이익(5584억 원)은 식품(5467억 원)보다 오히려 많다. 바이오 영업이익률은 15%로, 식품 6.6%의 두 배 이상을 웃돈다. 글로벌 식품사업의 경우도 전년대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38.8%, 0.8%p 상승해 국내 식품사업과는 대비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햇반, 식용유, 장류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처럼 제품 가격을 올렸음에도 원가와 비용 상승 등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른 식품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약 1조2442억 원으로 전년 보다 8.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약 4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6% 줄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6월 가공유, 견과음료, 계란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는 1일부터 ‘바리스타룰스’ 등 컵 커피 14종의 가격을 10~12.5% 올렸다.
신세계푸드도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이 1조508억62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5.8%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67억6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202억 원 보다 17.2% 줄었다.
두 회사 모두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의 영향을 크게 받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 등으로 최대 실적을 갱신해온 하이트진로도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15일 IBK투자증권은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939억 원, 영업이익은 131억 원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예상치 대비 매출액은 부합하지만 영업이익은 절반가량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00억 원대 초중반의 퇴직급여 충당금이 반영되는 등 4분기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 간 힘들고 어려운 환경을 버텨왔다”며 “식품업계가 가격인상으로 수혜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일부 시선도 있는데, 속을 들여다 보면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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