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띄운 '중대선거구제'에 정작 여당 반응은 미지근
주호영 "내년 총선까지 쉽지 않을 것"...지역따라 유불리 복잡
   
▲ 미디어펜 정치부 이희연기자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심 윤심"을 외치던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정작 윤석열 대통령이 불을 지핀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를 두고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소선거구제의 대안으로서 중대선거구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정작 본인들 지역구에 따라 유불리 계산이 복잡해지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라고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내 의견 수렴을 시작하는 등 승자독식 구조의 소선거구제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루면서도 정작 다가오는 2024년 총선 도입 여부를 두고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오전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과 1시간여 동안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워낙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의견이 다르기에 의견을 모으는 것이 대단히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정개특위 간사인 이양수 의원도 “중대선거구제는 당내 입장이 부딪히는 게 많아서 협상에서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띄운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두 제도 모두 각각 장단점이 있다. 

우선 현행 소선거구제도는 한 선거구에 1등 한 명만 국회의원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작은 선거구의 규모로 선거운동 비용이 적게 들고, 다수결이라는 민의가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다량의 사표가 발생해 대표성이 떨어지고, 다수석을 가진 거대 양당체제를 견고히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A 후보가 51%, B 후보가 49%로 A 후보가 당선됐을 때, 단 2% 차이인데도 B 후보를 찍은 절반 가까운 유권자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이다.

반면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1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당선자를 뽑아 소선거구제보다 상대적으로 표심 왜곡이 적다. 또한 지역별로 당선자가 다수가 되다 보니까 군소정당이나 신생정당도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져 거대 양당의 독과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개편 의지에 대해 국민의힘은 복잡한 고민에 빠져있는 모습이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하지만 지역구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인구수가 적은 농어촌의 대표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거대 정당과 중진 의원들 위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중대선거구제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여러 당선자 배출이 가능해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보다 군소 정당 후보가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제도의 경우 지역에 따라 유불리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 내 이른바 '친윤계' 의원들조차도 제도 개편에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영남권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소선거구제를 그래로 유지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중대선거구제를 적용 시 영남권에서 30∼40%의 지지율을 얻는 민주당 후보가 2등으로 대거 당선돼 국민의힘 영남권 현역 중 누군가는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는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당선된 현역 의원들이 어느 정도는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등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 따라서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2024년 총선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등 만을 위한 승자독식 구조의 '소선거구제' 폐단을 뻔히 알면서도 개개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정치 구호'로만 이용하는 행태는 이제 그만해야 할 때가 아닌가.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