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경상수지 무역흑자가 38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수출입규모는 5개월째 하락세를 보여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5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 흑자는 81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38개월째 연속 흑자로 사상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실제 수출입 실적을 살펴보면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은 503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1.2% 줄었고, 수입은 378억2000만 달러로 17.9%나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드는 양상의 흑자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도 한국은행 집계와 유사한 구조를 보였다. 수출액은 423억92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0.9%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았던 2009년(-13.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수입도 전년 동월 대비 15.3% 줄어든 360억7200만 달러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경상수지흑자는 ‘원화가치 상승 → 수입 증가 → 환율 상승 → 경상수지 균형’의 순환구조를 이룬다. 문제는 이 구조에 환율이 수행하는 무역조절 기능이 상실됐다는데 있다. 일본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돈 풀기 정책이 지속되면서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상실되고, 이는 자연히 수출입 동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글로벌 환율전쟁은 지난해 말부터 격화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교역이 둔화되고, 미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일본과 유럽연합(EU)까지도 경기둔화를 겪고 있다. 특히 우리와 수출물자가 유사한 일본의 돈 풀기 정책이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감소율은 1월 -1%에서 3월 -4.3%, 5월 -10.9%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본의 엔저 현상이 최소 2~3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핵심 업종인 자동차와 철강업, IT, 화학 등이 원·엔 환율 하락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2012년 6월 이후 원화는 엔화 대비 68%절상됐다. 올 하반기에는 85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 ▲질서 있는 외환시장 개입 ▲불황형 흑자 교정을 위한 내수 진작 ▲국제금융외교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