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증권사들에 대한 업종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놓은 가운데, 개별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또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가 높은 회사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사례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마저 '경고'를 한 상황에서 각 회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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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증권사들에 대한 업종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놓은 가운데, 개별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또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진=김상문 기자 |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등급하향’ 우려가 제기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5일 발표한 ‘금융업권 신용등급 보고서’를 보면 이 현황이 잘 드러나 있다. 이혁준 금융평가본부 본부장은 이 보고서에서 하이투자증권‧BNK투자증권‧다올투자증권 등 부동산PF를 통해 최근 수년간 순이익을 크게 확대시킨 회사들에 주목했다.
이 본부장은 이들 회사에 대해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다른 증권사 대비 위험도가 높기는 했지만 1%대 기준금리에서는 PF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작년 하반기부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까지 인상하면서 진행 중인 PF의 사업성이 크게 하락했다. 보고서는 “다수 사업장에서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에 제동이 걸렸고 우발부채가 현실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잠재부실의 현실화 규모, 재무안정성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될 경우 신용등급에 반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 당국 역시 회사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작년 12월21일 한 간담회 자리에서 “자기 책임 원칙하에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잘한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에 차이를 둘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을 증권가는 ‘사실상의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작년 발언은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금감원장 새해 신년사에서도 부동산 PF를 비롯한 고위험자산 리스크에 대한 집중점검 의사가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사태 등은 금융당국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당장 이번 달에도 17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자산유동화 기업어음 만기가 예정돼 있다.
결국 증권사들은 자구책을 마련해 위기에 각자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기자본 대비 PF 비중이 84%를 차지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다올투자증권의 최근 행보는 이를 잘 보여준다. 다올투자증권은 작년 12월 1세대 벤처캐피털(VC)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에 나서며 업계 시선을 집중시켰다. 현재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창근 다올투자증권 사장 역시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지난해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자금시장 불안으로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이해 제 살을 깎아내는 고통을 감내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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