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신한라이프 이어 현대해상도 한도 줄여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카드사, 저축은행 등에 이어 보험사에서도 약관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서민들이 자금을 융통하기 더욱 어렵게 됐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을 담보로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일정 금액을 대출해주는 금융서비스다. 신용이나 담보 등에 상관없이 본인 확인 등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생활비 등 급전이 필요한 보험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 사진=현대해상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보장성보험 상품에 대한 대출 한도를 전존만기(보험만기-대출일자)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기존에는 보험 잔존만기에 상관없이 약관대출 한도가 해지환급금의 60%로 같았으나 지난 2일부터 잔존만기에 따라 대출 가능 비율에 차등을 두고 있다.

단기납 상품 경우 20년 이상은 60%, 15년 이상 20년 미만은 50%, 13년 이상 15년 미만은 30%, 10년 이상 13년 미만은 20%, 10년 미만은 0%다. 전기납 상품은 10년 이상은 60%, 5년 이상 10년 미만이 50%, 3년 이상 5년 미만이 30%, 1년 이상 3년 미만이 20%, 1년 미만이 0%다.

잔존만기 13년 이상 15년 미만 단기납 계약 가입자가 대출을 신청한다면 보장 해지환급금이 100만원인 경우 기존에는 60만원까지 빌릴 수 있었으나 현재는 30만원까지 가능하다.

단기납 계약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보험만기보다 짧은 계약이다. 이를테면 20년납 100세 만기인 계약이다. 전기납 계약은 보험료 납입기간과 보험만기가 동일한 계약으로 이를테면 10년납 10년 만기인 계약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번 대출가능비율 변경은 보장재원에 한해서이고, 보장재원은 보험만기에 가까워질수록 환급금이 감소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기간 종료시점에 가까워지는 보험계약대출건의 리스크관리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해 6월 ‘무배당 삼성80평생보험’ 등의 상품에 대한 약관대출 한도를 기존 해지 환급금의 60%에서 50%로 낮춘다. 해당 상품은 ‘무배당 유비무암보험’, ‘무배당 삼성Super보험’, ‘무배당 삼성 올라이프 Super보험’ 등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해지환급금이 줄어들면 향후 약관대출 원리금이 해지환급금을 초과할 수 있고 이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보험 해지가 발생할 수 있어 약관대출 한도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신한라이프도 지난달부터 약관대출 한도를 기존 해지환급금의 95%에서 90%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약관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것은 경기침체로 부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약관대출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비슷한 개념으로 사실상 담보대출이기 때문에 상환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다. 그러나 고객의 과도한 약관대출이 보험 해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한도를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고 고물가에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약관대출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보험사들의 약관대출 잔액은 66조1423억원으로 전년 동기(64조4133원)보다 1조7290억원 증가했다. 생명보험사 약관대출은 같은 기간 47조9045억원에서 49조505억원으로, 손해보험사 약관대출은 16조5089억원에서 17조917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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