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노조, 감사원서 기자회견…본점이전·예산집행·회장 직무 해태 강조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이 본점 부산 이전을 강행하는 강석훈 회장에 맞서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현행 산은법상 본점을 이전할 수 없음에도, 강 회장이 본점을 이전하기 위해 무분별한 예산을 집행하고, 이사회 일정을 연기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 불법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다.
 
산은 노조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한국산업은행 이전 추진 불법의혹 국민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 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이 본점 부산 이전을 강행하는 강석훈 회장에 맞서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사진=류준현 기자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산업 경쟁력을 감안하면 국책금융기관의 지방이전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금융권의 지적이 이어졌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후 지금까지도 지역 균형발전을 이유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자유와 법치를 추구하는 자라면 그 누구라도 정부의 일방적인 국책금융기관 지방이전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자가당착(自家撞着) 행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 전인 지난 2021년 7월 한 간담회에서 정부의 일방적 공공기관 이전을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당선 이후 산은 부산이전을 급진적으로 추진해 노조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강 회장이 대통령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산은법의 내부 조항을 무시한 채 이전을 강행하는 점은 감사 청구의 핵심 사유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본점 일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문서를 결재해 본점을 서울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 산은법 및 정관을 직접적으로 위반했다"며 "산은의 건전한 경영을 크게 해치는 사항으로 감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김현준 한국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12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류준현 기자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은 강 회장이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강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혁신을 견인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체계를 갖춘 만큼 제조업 중심의 지역 산업을 신산업으로 변모시키고 벤처투자 플랫폼을 십분 활용해 취약한 지역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 넣어달라"며 "수도권과 동남권을 국가성장의 양대 축으로 삼고 그 밖에 소외된 지역까지 세심히 살펴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산이전을 위해 이사회 일정을 미뤘던 점도 '직무 해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 회장은 부산이전 추진을 위한 일정으로 이사회를 연기해 주요 안건에 대한 이사회 보고가 지연됐다"며 "직무를 해태한 경위에 대해 감사가 필요하며, 공공기관 예산을 낭비한 점도 감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태 불량의 정황이 다수 목격됐고, 임원의 대내 평판 관리를 위해 사내게시판 글 삭제 및 제보자 색출을 시도한 정황에 대해서도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사내 게시판은 닫지 않고 오늘도 검열 후 삭제 중이다"며 "2000여명 직원들이 모두 (검열 후 삭제를) 알고 있으며, 증거나 캡처본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이 본점 부산 이전을 강행하는 강석훈 회장에 맞서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사진=류준현 기자


이에 노조는 △절차를 위반한 이전준비단 설치 △법률을 위반한 본점 부서 부산 이전 △이전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임원 직무 해태 △이전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예산 낭비 △부산 집무실 설치 및 출장비 부당 수령 △강석훈 회장의 근태 불량 △사내게시판 검열 등 일곱가지를 근거로 들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절대적인 정언명령(定言命令)이 아니며, 사안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의의 대상이 돼야 하고, 법과 절차적 정당성은 응당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강 회장의 불법 및 부패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지금 즉시 감사 실시를 결정하고 조속히 감사에 착수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 회장이 부산 이전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산은 퇴사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퇴사자는 1년 전보다 2배 많은 93명을 기록했다. 이전준비단에 소속된 직원 두 명도 불법 이전을 반대한다는 취지로 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내부 설문조사에서 산은 직원의 98.5%는 '기관의 경쟁력 악화'를 이유로 본점 이전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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