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하나은행-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반대하며 하나금융지주와 대립각을 세웠던 외환은행 노조가 한발 뒤로 물러났다. 지지부진했던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외환노조는 ‘합병 중단 가처분 의의신청’ 요약준비서면 제출을 하루 앞둔 2일 하나금융 관계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공식 요구안을 전달했다. 내용은 양측 합의 하에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외환노조가 2.17 합의서에 명시된 ‘5년 독립경영’ 등의 강경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5년 독립경영’을 계속 주장했다는건 왜곡된 이야기”라며 “협상을 하다보면 당연히 중요한 부분도 수정될 수 있지만 새로운 합의안이 도출되기 전까지는 2.17합의서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외환은행 전경 / 사진=외환은행

외환노조는 가처분 의의신청 결과와 관계없이 하나금융이 협상테이블에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법정다툼도 그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법원 결정이 앞으로의 국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로인해 협상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일단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제시한 내용을 하나금융이 잘 받아서 협상에 진전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외환노조의 이런 움직임을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가처분 의의신청이 진행된 4월 이후만 해도 외환노조는 외환은행의 개인정보 수집, 사내이메일 복구, 하나은행의 미국 BNB(브로드웨이내셔널뱅크)은행의 부실경영 등의 문제제기를 통해 하나금융을 압박해왔다. 협상에 임하는 외환노조의 진심을 확인하려면 적어도 법원의 가처분 의의신청 판결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나금융 측은 외환노조의 이런 움직임을 반기는 눈치다. 앞서 하나금융은 ▲‘외환’ 또는 ‘KEB’를 통합은행명에 포함 ▲고용안정-인위적 구조조정 없음 ▲근로조건 유지개선 ▲조기통합 시너지 공유를 위한 이익배분제 도입 등을 새로운 수정안에 포함한 바 있다. 특히 통합 은행명에 외환이나 KEB를 포함시킨다는 점을 두고 ‘동등한 입장’이라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 과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외환노조는 협상 쟁점사안을 ‘외환은행의 정체성·경쟁력 유지’와 ‘직원 생존권 문제’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통합 은행명에 외환·KEB 포함, 구조조정 문제 등을 현재 협상에서 마무리 짓자고 주장했다. 협상이 완료된 뒤 통합추진위원회에서 논의하면 자칫 외환은행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 5월 14일 오전 금융노조가 외환은행 본사에서 '외환은행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불법적 강제 징구 인권침해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외환노조 관계자는 “통합 은행명에 ‘외환·KEB’를 포함시키겠다는 이야기는 5월 15일 법원에서 처음 들었다. 아직까지도 하나금융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공식화해 받은 적 없다”며 “구조조정 문제도 ‘불이익은 없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에는 상호 신뢰가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그런 와중에 자꾸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다보니 압박감을 느낀다”며 “쉽지 않겠지만 협상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하나금융 측이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하나·외환은행 통합절차 중단 가처분 이의신청 재판부는 3일 양사로부터 50~60페이지의 요약준비서면을 받았다. 앞으로 10여일의 검토과정을 거쳐 결론을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