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메르스? 아무것도 아니다…우리가 주시해야 할 일상 속의 위험
지난 15일…메르스 확진자 35명, 사망자 2명

메르스 환자가 하루 사이에 5명 늘었다. 5명의 신규환자 중 3차 감염자가 2명 포함되어 있어 3차 감염자는 총 5명으로 증가했다. 이로써 메르스 확진자는 35명,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는 2명으로 집계되었다. 5월 20일 메르스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5일 만의 일이다.

4일 오전 기준으로 메르스 격리자는 총 1667명이다. 이중 1261명(3일 오후 기준)은 자택에서 자가격리 되어 있는 상황이다. 말이 ‘자가격리’이지 메르스에 걸린 개인의 거주를 구속할 권한이 없는 정부로서는 1261명 ‘메르스 의심’으로 분류되는 격리자에 대해서 어떠한 강제조치를 취할 수 없는 한계에 처해 있다.

메르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언뜻 보면 에볼라바이러스나 흑사병이 한반도에 창궐한 듯한 모양새다. 모든 언론과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메르스의 확산 여파와 의심자 확진자 사망자를 주시하고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우후죽순 눈에 띄고 웬만한 커뮤니티 포탈이나 메르스 관련 뉴스기사 댓글란은 생화학전이 터진 후의 재난구호 게시판 마냥 변해있다.

지난 15~16일 간 메르스로 2명이 죽었다. 어제 저녁 같은 입원실에 있던 노년의 환자가 1명 죽었지만 이미 ‘메르스 음성’ 판정이 난 환자였다.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2인, 확진 판정 받은 사람은 35인, 치사율 5.7%가 메르스의 현 주소다. 지난 3년간 전세계 메르스 치사율 40%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의심으로 분류되는 격리자의 증가 추세 또한 하루 사이에 500명에서 300여명으로 줄었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도 62명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확산 여파가 잦아드는 형국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수석 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메르스에 대한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언급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사실 지금까지 벌어진 결과만을 놓고 보면 메르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기준년도는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한해동안 교통사고로 5000여명(2013년), 결핵으로 2500여명(2013년), 독감으로 2000여명(2012년) 사망한다. 메르스 같이 희귀한 슈퍼독감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들 접하는 교통사고, 결핵, 독감으로 연간 9500명이 죽어간다. 하루 평균 26명의 사망자다.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하루 5~6명이다. 지난 15일 간 전국이 메르스로 떠들썩하는 동안 평범한 ‘독감’으로 인해 80여명이 사망했을 것이다.

메르스 말고 우리가 주시해야 할 일상 속의 위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메르스 말고 우리가 더욱 주시해야 할 일상 속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교통사고처럼 타인이나 자신의 부주의로 사망하는 사고를 제외하고, 결핵이나 암, 외상환자나 응급환자, 산모 등 의료환경과 관련된 사망자들 말이다. 의료기관 접근성만 좋으면, 의료시설 및 장비에 좀 더 투자가 되어 있었다면, 보건복지부 심평원의 의료수가가 현실화 되어 있었다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오늘 하루에만도 무수히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선 잘 모르고 알더라도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치부한다. 향후 1~2개월 더욱 기승을 부린다 해도 몇 십 명 죽을 것 같은 독감 ‘메르스’에 이토록 난리 법석이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자. 엉터리 의료체계 때문에 죽는 환자들은 메르스 따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많다.

   
▲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2인, 확진 판정 받은 사람은 35인, 치사율 5.7%가 메르스의 현 주소다. 지난 3년간 전세계 메르스 치사율 40%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발병 16일 만에 두 명 죽었다. 둘의 사람생명이 우습다는 뜻이 아니다. 길거리를 나가보라. 운전할 때 깜빡이도 제대로 켜지 않는 운전자가 도로 위에 난무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메르스가 무섭다고 난리법석이다. 작년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뉴스 보듯이, 아침에 눈을 뜨면 격리 대상자가 늘어난 것 가지고 호들갑이다. 학교장 판단과 재량이지만 전국적으로 휴교령이 떨어진다. 안정적인 사회망을 흔드는 최악의 공포심 팔이가 횡행하고 있다.

메르스? 확대해석은 금물…차분하게 지켜봐야

걸리는 사람 다섯 중에 둘은 죽는다, 공기 전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괴담들이 나돈다. 한가지 분명히 하자. 바이러스는 시기와 지역, 기후에 따라 변한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어떻게 퍼지고 사그라드는지 확인이 되려면 최소 몇 개월은 지나야 한다. 지금이 무슨 중세유럽의 흑사병이 나도는 시대도 아니고, 메르스 사태로 대한민국 인구의 10%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여기는가.

메르스에 걸려 사망한 2인은 원래부터 지병을 앓고 있던 사람이다. 이에 대한 확대해석은 금물이다.

   
▲ 메르스 환자가 하루 사이에 5명 늘었다. 5명의 신규환자 중 3차 감염자가 2명 포함되어 있어 3차 감염자는 총 5명으로 증가했다. 이로써 메르스 확진자는 35명,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는 3명으로 집계되었다. 5월 20일 메르스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5일 만의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더러는 ‘정부가 무엇을 은폐하려 한다’, ‘보건당국이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숨기려고 한다’고 주장하지만, 보건당국에서 메르스에 대한 쓸데없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세세한 정보까지 굳이 공개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켜 불특정 다수가 짜릿한 공포감을 공유하자고 외치는 사람들은 메르스를 둘러싼 온갖 숫자와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에이즈, 광우병,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 일본 방사능, 에볼라바이러스 등 지금까지 있었던 일련의 사태를 복기해 보라. 그렇게 겪고도 사람들에게는 학습효과가 없다. 흡사 국영수 모두 백점 만점에 30점인 학생이 도덕점수가 잘 안 나온다며 난리치는 느낌이다. 여기는 독감으로 수천 명, 결핵으로 수천 명 매년 죽고 있는 것은 물론, 교통사고만 해도 해마다 5000명이 꼬박꼬박 죽는 나라다. 메르스, 차분하게 지켜보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