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맞춤형 금융지원 요청하고, 상환능력 기반 가계대출 관행 고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과 새해 첫 회동을 가졌다. 이 원장은 은행을 '공적사회안전망'이라고 강조하며, 고금리 부담에 시달리는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 완화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은행권의 잇단 대형 금융사고를 가리키며, 은행권이 내부통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사진 왼쪽부터) 이우경 광주은행 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 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박우혁 제주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강신숙 수협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권우석 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근환 산업은행 부행장, 최홍영 경남은행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 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7개 은행권 행장들과 새해 첫 간담회를 가지고 이 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지속으로 경기 하방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물경제가 신용경색 등으로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은행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바탕으로 자금중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며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연체와 부실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은행권의 보다 세심한 관리와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원장은 은행권에 △자금시장 안정화 △기업 금융지원 △선제적 가계부실 대비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내부통제 강화 등을 은행권에 당부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국내 자금시장은 대체로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여전히 우량물 위주로 투자수요가 집중되는 등 시장의 불안감과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은행이) 자금시장의 경색으로 시스템리스크가 현재화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금리인상에 따른 기업과 가계의 어려움에 은행권이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현재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내외 경기 둔화와 원자재가격 상승 및 고금리 부담 등으로 경영상의 애로를 겪고 있다"며 "생존가능한 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금리인하, 경영컨설팅 등 다양한 맞춤형 자체 지원 프로그램을 실효성 있게 운영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는 기업이 고금리 부담으로 부실화되지 않도록 해당 기업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금리지원 프로그램도 적극 마련·운영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은행의 선제적인 금융부담 완화 조치로 기업이 정상화되면, 장기적으로 은행도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 원장의 시각이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가계부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상환능력 기반의 여신심사 관행을 정착시키는 한편, 분할상환 대출 확대, 변동금리 대출 비중 축소 등 대출구조 개선에 적극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부실 우려 차주에게는 신용대출119, 프리워크아웃 등의 신용회복지원 제도를 선제적으로 펼쳐줄 것을 당부했다. 또 신용도가 개선된 대출자(차주)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 활용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금리인하 수용 여부의 투명화를 위해 업무프로세스도 적극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 간담회에서 인사말씀을 전달 중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은행권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대형 금융사고의 발생은 은행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며 "(지난해 11월 마련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방안이 각 은행에서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여기 계신 행장님들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은행의 회계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내부통제의 적정성을 점검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경영진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내부통제 강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또 디지털전환 가속화로 전산·보안 사고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을 지적해, IT부문의 내부통제 강화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은행권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공적사회안전망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은행권이 은행법 제1조의 목적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 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이근환 한국산업은행 부행장, 권우석 한국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안감찬 BNK부산은행장, 최홍영 BNK경남은행장, 백종일 JB전북은행장, 박우혁 제주은행장, 이우경 광주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