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사업자대출서 연체율 급증, 업계 "CSS 고도화·충당금 적립 강화할 것"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해 11월 기준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이 0.02%포인트(p) 상승한 0.27%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상승세다. 가계와 기업대출 모두 연체율이 올랐는데, 특히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에서 연체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금융당국의 요구로 중·저신용자에게 '포용금융'과 '사장님대출'을 늘리고 있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20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해 11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27%로 전월 말 0.24% 대비 0.02%포인트(p) 상승했다. 연체채권 정리규모가 8000억원을 기록해 한 달 전보다 2000억원 증가했지만, 신규연체 발생액이 1조 4000억원으로 역시 1000억원 증가하면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 인터넷은행 3사.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사진=각사 제공


부문별로 보면 이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은 0.29%로 전월 말 0.26% 대비 0.03%p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34%로 전월 말 0.30% 대비 0.03%p 상승했는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26%로 전월 말 0.22% 대비 0.04%p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4%로 전월 말 0.22% 대비 0.02%p 상승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49%로 한 달 전 0.43% 대비 0.06%p 상승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0.13%p 급등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상환부담이 커졌고, 전반적으로 가계신용대출이 절대치나 상승폭이 커 연체율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소득이 낮거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차주(대출자), 금리상승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취약차주일수록 상환부담이 커지고, 상환능력이 떨어지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연체율은 분자에 연체채권잔액, 분모에 총대출잔액을 두며, 분자·분모 증가율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모수의 편차를 고려하더라도 신규대출이 압도적인 만큼, 연체율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개인사업자대출과 신용대출에서 유의미한 연체율 증가세를 보인 만큼, 두 대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 중인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도 주의깊게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상환능력이 열위에 있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건전성 강화가 절대적이다. 

이날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3사의 총대출채권 연체율은 카뱅이 0.36%로 2021년 3분기 0.21% 대비 0.15%p 상승했다. 케뱅은 0.67%로 1년 전 같은 기간 0.38% 대비 0.29%p 급등했다. 토뱅도 지난해 3월 0.05%에서 9월 0.34%로 0.29%p 상승했다.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사 모두 매분기 연체율은 우상향 중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은 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금리인상기에 영향이 없을 순 없다"며 "포트폴리오상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간 차이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사의 연체율 급등은 주로 개인 신용대출에서 비롯된 모습이다. 앞서 지난 17일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복현 금감원장과 오찬을 가졌는데, 급격한 포용금융 확대로 업계의 불만이 컸던 만큼, 관련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참석자 간)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모르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지표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며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데다 (포용금융 확대는) 3사 공통사항이라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국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 연말 기준 30%로 하향조정해준 상태다. 

사업자대출의 부실 우려는 당장 크지 않은 모습이다. 3사는 가계대출로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일제히 개인사업자대출 상품을 내놨다. 토뱅이 지난해 2월 '사장님대출'을 업계 최초로 출시해 포문을 열었고, 케뱅과 카뱅이 각각 5월과 11월 사업자 신용대출을 선보였다. 대출 공급이 채 1년도 되지 않은 만큼, 부실 및 연체 여부를 판단하기엔 섣부르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사업자대출은 기존 시중은행들이 많이 취급했다. 코로나 이전에 만기유예된 건들도 많았을 것으로 본다"며 "3사는 코로나 이후 신규대출이 진행된 건이라 그 부분(연체율 문제)은 상대적으로 벗어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신규로 출시한 터라 만기가 1년도 안 됐다. (부실여부 판단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평균적으로 따져도 올 연말까지는 가봐야 유의미한 건전성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와 경기상황에 직격탄을 맞는 식당과 의류 등 도소매업종 사업자들의 부실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 중에서도 식당을 영위 중인 사업자는 어려운데, 운수업 등 타 업종에서는 수익이 좋아서 사업을 확장하는 케이스도 더러 있다"면서도 "카드매출이 최근 엄청 줄고 있고 소비가 많이 침체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의류나 식당 등 도소매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연 3.50%로 상향조정한 가운데, 3사는 올해 연체율 관리와 충당금 적립 등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금리 리스크는 알고 있기에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로 건전성 및 리스크관리를 집중하고 있고, 연체율도 전담 관리팀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경기 상황과 신용리스크 전략 등을 틈틈히 보면서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금감원도 은행권이 건전성을 유지해 자금공급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연말 결산에서 충당금 적립이 미흡한 은행 등을 상대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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