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금리인상에 따른 대규모 이자이익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한 가운데, 금융당국과 국회가 은행권의 이익 확대를 전방위적으로 비판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이익이 주주와 금융소비자에게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고,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며 관련 법안도 발의한 상태다. 은행권에서는 업의 자유가 실종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금융권에 따르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 확대에 따른 은행권의 이익 확대를 겨냥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규제 법안이 하나둘 발의되고 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은 예대금리차를 감독하는 내용의 은행법 일부개정안을 연이어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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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이 금리인상에 따른 대규모 이자이익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한 가운데, 금융당국과 국회가 은행권의 이익 확대를 전방위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권 CEO와의 간담회./사진=금융감독원 제공 |
우선 지난 9일 양 의원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 등 12명의 의원이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은행권이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매년 2회 이상 금융위원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이 상당한 이익을 시현하고 있지만, 관련 공시나 보고 규정이 없다는 지적에 법을 발의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반하면 1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뒤이어 이틀 뒤인 11일에는 정우택 의원 등 9명의 국민의힘 의원과 양 의원이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특히 금리인하요구권을 알리지 않거나 예대금리차를 허위 공시하는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법안 내용만 놓고 보면 야당 법안과 대동소이하다.
대표발의자인 정 의원은 "내 집 마련에 대출을 이용한 사람들은 부동산값 급락과 고금리 이중고에 생활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8개 은행 이자이익만 53조 원, 직원들에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은행으로 하여금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하도록 하고,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해 은행 예대금리차를 확인·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 입법과 궤를 같이 해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연이어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6일 "은행의 사회공헌 금액이 주주환원·성과급에 투입된 금액보다 10분의 1 이하 등 훨씬 더 적은 금액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며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환원하고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면, 최소한 나머지 3분의 1 정도는 우리 국민 내지는 금융 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여야를 비롯해 당국도 은행의 이자이익을 '불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초과이윤세' 성격의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자이익 확대에 따른 은행권의 최대 순이익 경신, 대규모 성과급 지급 이면에 대출금리 급등, 영업시간 단축 등이 더해지면서, 은행권을 옥죄어야 한다는 시각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채권시장까지 경색돼 대출금리 급등은 예견된 일이었다"며 "당국이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측면도 있는 만큼, 금리 인상을 은행 탓으로 몰아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업의 본질은 이자이익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금감원장이 이익에서 사회공헌액이나 소비자 몫을 규정해 제공하라는 투로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성과급을 주는 것까지 정부나 국회가 개입해선 안 된다"며 "SK 등과 같은 대기업 직원들도 (지난해) 성과급으로 1000%씩 받는데 매번 은행원만 '고연봉' 대상에 올라 물매를 맞으니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전했다.
영업시간에 대해서는 "영업시간이 종전보다 한시간 일찍 줄었을 뿐, 행원들의 업무시간은 그대로"라고 해명했다.
특히 영업시간 부족에 따른 대중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당국이 비대면 디지털금융을 육성하고 있고, 은행도 디지털금융 고도화와 체질개선을 위해 점포정리와 희망퇴직에 나서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당국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며 "모바일뱅킹 고도화로 24시간 업무가 가능해진 만큼, 옛 방식을 고수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자유'와 '시장경제'를 강조하며 출범했지만, 지난 정부에 이어 '관치금융'의 정도가 심각해 당혹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의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건 옳지 않다"며 "자유와 법치, 시장경제를 강조한 정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 개입 수준이) 지난 정부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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