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직원 횡령시 CEO 6개월 직무정지…경쟁력 저하 불가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양정숙 무소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금융사 임직원이 5000만원 이상의 횡령을 일으키면 최고경영자(CEO)를 6개월간 직무 정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다. 

또 금융사가 중대 금융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방치하면 과태료로 1억원을 부과하는 규제도 발의된다. 최근 내부통제 문제로 금융당국의 개입이 심화된 가운데 야권이 한층 강력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예상된다. 

   
▲ 양정숙 무소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금융사 임직원이 5000만원 이상의 횡령을 일으키면 최고경영자(CEO)를 6개월간 직무 정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다./사진=김상문 기자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양 의원과 민주당 다수 의원들은 지난 27일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을 방지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중대 금융사고 기준 마련 △중대사고 발생시 금융사➝금융위원회➝국회 상임위 순으로 금융사고 발생경과 및 대책 보고 △금융사 대표자 직무 최대 6개월 정지 △중대 금융사고 방치시 최대 1억원 과태료 부과 등을 담고 있다. 

우선 중대 금융사고에 대한 기준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5000만원 이상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경우'로 규정했다. 

또 금융사가 중대 금융사고 발생을 인지한 경우,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금융사가 사고를 인지하고도 금융위에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경우, 1억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방침이다. 금융사의 보고를 받은 금융위는 금융사고 발생 사실 관련 경과와 대책을 국회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사 임직원이 5000만원 이상 횡령한 경우, 회사 대표이사 등 '중대 금융사고 책임자'를 6개월간 직무 정지하거나 직무대행 관리인 선임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제도 마련된다. 'CEO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통해 금융사 내부통제와 책임을 한층 강화하고 금융사고를 막겠다는 심산이다. 

양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한층 강화된 내부통제 법안을 마련한 건 금융권 횡령사고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까닭이다. 

양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 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78개 금융기관에서 총 327회 1704억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횡령사고에 따른 피해액수도 2018년 112억원, 2019년 131억원, 2020년 177억원, 2021년 261억원에 이어 지난해 1~8월에는 876억원을 기록했다. 

현행법은 임직원의 불법행위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개별 금융사가 직무 수행시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마련·운영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임직원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와 대규모 횡령 등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준으로 규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금융회사들이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정(自淨) 노력은 고사하고 금융당국마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입법적 제도 정비를 시작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

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압박에 이어 야권이 중징계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금융권의 고민도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최고경영진이 실질적으로 단기 경영 성과에 대한 비용 측면에서 내부통제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며 "본질적으로 내부통제 의무를 부과하는 것 뿐만 아니라 관리 수준에 대해서 지배법상 근거를 둬야 하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지난 18일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는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각 은행에서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행장님들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은행의 회계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내부통제의 적정성을 점검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인 만큼 경영진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내부통제 강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했다.

학계에서는 예대금리차 규제에 이어 CEO 중징계까지 연이은 입법이 자칫 금융권의 영업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고금리에 직면하면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한 반면, 증권사 실적은 전년 대비 급감했다"며 "금리인상으로 빚어진 은행권의 단기 실적 급등을 죄악시해 규제로 잡으려는 발상은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특정 직원의 의도적 일탈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금융사를 벌주기 위해 CEO에게 직무정지까지 하려는 발상은 지나치다"며 "금융사고로 소비자가 큰 피해를 입게 될 경우 현재처럼 당국이 진위여부를 가려 금융사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양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민주당 소속 △김정호 △윤준병 △한병도 △이용빈 △양경숙 △인재근  △위성곤 △김남국 △기동민 국회의원과 김형배 무소속 의원 등 11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