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현지시간으로 3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준이 2월과 3월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고 이후에는 당분간 동결할 것이라는 평가가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미국의 정점론에 발맞춰 금리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이어진 실물경제 위축, 한계기업 및 가계부채 등의 구조적 대내적 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 정점론을 섣불리 낙관해선 안 된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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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현지시간으로 3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
31일 금융권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이날부터 이틀간 FOMC를 열고 금리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로 우리나라 연 3.5% 대비 상단이 1%p 이상 높다. 연준이 이번에 베이비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간 금리차는 1.25%p로 벌어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는 연준이 베이비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99.9%로 점치고 있다. 페드워치 툴에선 85.7%의 확률로 연준이 오는 3월 0.25%p를 추가 인상해 미 최종금리가 연 4.75~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이후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6월 회의에서 52.6%, 7월 48.7%, 9월 41.6% 등으로 집계됐다. 이후 11월에는 금리를 0.25%p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동결보다 소폭 앞서고 있다. 사실상 3월 인상을 정점으로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셈이다.
이에 한은도 기준금리를 3.5~3.75% 수준에 맞춰 인상행보를 멈출 것이란 관측이 최근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은이 과거 제시했던 한미 금리차 1%p 내외 수준을 유지한다면 현 3.5%에서 동결을 이어갈 수 있는 까닭이다.
아울러 실물부문 충격과 가계·기업의 이자부담 등 금융안정을 우려해 한은이 금리인상을 종료할 수 있음을 시사한 점도 한 몫 한다. 한은은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을 것을 대비해 금리상단을 최대 3.75%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오랫동안 이어진 대내외 위기요인 중 해결된 게 전무한 까닭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하나금융포커스에 집필한 '이미 알려진 위험은 위험이 아닐까?' 제하의 논단에서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진 않는다'는 격언과 같이 현 상황을 재차 곱씹어 보면 마냥 긍정적인 면만을 바라보며 섣부른 낙관론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해 연준이 425bp(4.25%p)에 달하는 기록적인 금리인상 단행에 따른 충격이 실물경제에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은 데다, 리오프닝 특수 소멸과 고비용 구조 전환에 따른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외 불안 요인으로 △주요국 경제 동반 부진 가능성 △러·우 전쟁 장기화 △공급망 재편에 따른 고물가 압력 △부동산 침체 △감염병 상황 불확실성 등에 따른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을, 대내 불안 요인으로는 △실물경제 위축 △자영업자 및 한계기업부실 위험 증대 △가계부채 및 부동산 금융 부실 등을 각각 꼽았다.
특히 국내에서 파생된 구조적 문제들이 최근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과거 수준의 성장과 금융환경으로 회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연준이 과거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기로 하며,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상당기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수차례 강조한 점도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일각에서 '가계부문 건전성'을 근거로 제기하는 '과도한 위기론'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이어갔다. 낙관론자들은 최근 금융환경 개선으로 '금융취약성지수'가 하락하고 있고,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비 가구 단위 DSR 수준을 고려할 때 가계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험 분산 목적으로 개발된 파생상품들이 위기가 발생하자 상관계수가 동일한 방향성을 나타내며 위기를 증폭시키고 시장을 붕괴시켰다"며 "복합위기 상황에서 개별 위험요인들이 상호 증폭 과정을 거치며 시장과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자영업 부채를 포괄한 가계부채 누증, 주택을 비롯한 자산가격 급락 및 조정 장기화 이슈,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PF 등 부동산 금융 부실 가능성 등은 독립적인 변수라기보다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세심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안은 없을까. 김 연구위원은 오랫동안 누증된 구조적 위험요인들의 해결책으로 '거대담론'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 방안'을 마련해 지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에만 하더라도 국내 금융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은 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러·우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등 대외요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계부채 및 상환 부담 증가 △기업 자금조달 여건 악화 및 부실위험 증가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 및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 등 국내에서 오랫동안 누증된 구조적 문제들로 급변한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작년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대외적·통제 불가능한 변수였던 반면, 올해에는 정책당국과 시장이 합을 맞추면 나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우선순위가 변화했다"며 "경제·사회 구조 개혁을 논하는 '백년대계' 보다 위기 극복 이후 지속 성장과 실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십년대계'에 중지(衆智)를 모을 때"라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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