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 지난달 30일 밤 방송된 SBS TV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진실을 위해 끊임없이 찾아 헤맸던 이야기가 집중 조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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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
“강원도에서 저녁밥을 먹으면서 제게 청혼했습니다. 최종 전화연락에선 사랑을 고백했구요.” “난 유서를 대신 쓰지 않았거든요. 타인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절대 거짓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어떤 이가 꽃다운 나이 젊은이의 생명을 빼앗은걸까요?”
이날 방송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4년여전, 한국 사회는 한 젊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뉴스로 혼란을 맞았다. 그때 한 대학 교정에서 남성이 불에 탄 사체로 모습을 드러냈건 것이다. 이 사실이 남성의 식구와 지인들에게 전해졌지만, 이들은 용납하기 힘든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터무니없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랑하는 여인과 사랑을 속삭이며 혼례를 하기로 했으며, 전도유망한 대한민국의 어엿한 청년 가운데 하나였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따르면, 죽은 남자의 식구들은 그의 사망에 깊은 의심을 갖기 시작했고 단서가 될 만한 흔적을 발견하게 됐다. 사체가 모습을 드러낸 곳에서 2장의 유서를 찾을 수 있었는데, 식구들은 이것이 죽은 이의 필체가 아님을 주장했다.
사실, 누가 육안을 봐도 이 유서의 글씨체는 죽음 남자의 그것과는 무척 달랐었다. 수사당국은 이러한 가족의 의문을 바탕으로 남자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본격적인 보사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남자가 알고 지내던 이들의 필체를 확보했으며, 예상 외의 자료를 얻게 됐다.
남자가 죽은 뒤 거의 일주일이 돼갈 무렵, 수사진은 죽은 이의 것과 유사한 필체를 찾게 됐다. 이는 죽은 A씨와 알고 지냈던 B씨가 오래전 경찰로부터 연행됐을 당시 썼던 진술서와 같은 글씨체였던 것이다.
그 즉시 수사진은 국책연구기관에 2개 문서에 대한 필체감식을 요청했고, 결국 두가지 모두 같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됐다.
이에 수사진은 B씨를 대상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요청했다. 이것이 바로 당시 주요 매체에서 전했던 유서대필사건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두 사람은 한 재야단체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곳곳에 있는 단체 관계인이 보유 중이던 자신의 필체가 담긴 문서를 내놨다.
수사진은 심지어 죽은 남자가 군생활로 복무했던 곳에도 찾아가 그의 필체가 담긴 단서 확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사는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그때 죽은 남자를 비롯한 젊은이들의 잇단 분신자살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과 비판의 소용돌이로 휩싸였다. 당시 한 대학 총장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한국 사회를 사망으로 유도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를 암암리에 자행하고 있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A씨의 죽음을 부주키고 거들었다는 이유로 연행된 B씨는 마지막 순간에도 본인에게 거짓 없다고 피력했다.
죽은 남자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된 또 다른 남자. 이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시대적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일까.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그동안 이 사건과 관계된 살아있는 진술과 숨겨졌던 내막을 하나씩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