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연간 실적 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시장 예측대로 ‘반토막’ 수준의 실적 감소 추세가 관측된다. 작년까지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입성했던 대형사들도 예외 없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겨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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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권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공시 중인 가운데 메리츠증권(사진)은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사진=메리츠증권 |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작년 한 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증시가 워낙 부진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됐던 내용이지만 ‘숫자’로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의하면 작년 4분기 실적추정치가 있는 증권사 6곳(삼성·대신·미래·NH·키움·메리츠)의 순이익 합계는 43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9379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53.24% 급감한 것이다. 이른바 ‘반토막 실적’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영업이익도 1조1588억원에서 6245억 원으로 46.11% 줄었다.
대형사들 중에서 2년 연속 ‘1조 클럽’ 자리를 수성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6일 연결 기준 작년 잠정 영업이익을 8459억원으로 집계해 발표했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43.1% 감소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47.7% 감소한 6194억원으로 공시했다.
또 다른 대형사인 NH투자증권도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1조2940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5213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67.5% 감소한 3029억원으로 집계돼 절반 이상 급감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매출액은 13조4869억원으로 전년 대비 37.5%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전년 대비 56.1% 줄어든 모습이다.
중소형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SK증권은 작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97.1%, 96.7% 감소한 15억원과 13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도 작년 영업이익이 79%가 꺾인 438억원에 그쳤다. 심지어 당기순손실은 476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한양증권도 영업이익이 68% 감소했으며 다올투자증권 역시 작년 영업이익이 98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28% 줄었다고 공시했다. 거의 모든 증권사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극심한 증시 부진에 따른 수탁 수수료와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입 격감이다. 여기에 레고랜드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시 익스포져가 큰 회사들에게 타격이 됐다.
이런 가운데 작년보다 오히려 발전된 실적을 기록한 회사도 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메리츠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925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15.1%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57조375억원으로 145.4%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8280억원으로 5.8% 늘어난 모습이다.
회사 측은 “작년 시장금리 급등과 증시 거래대금 감소 등 대내외적인 경제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업금융(IB), 금융수지, S&T(Sales&Trading)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최근 업계 전반적으로 부동산PF에 우려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에 투자은행(IB) 부문 수익 비중이 큰 메리츠증권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론 위기관리에 성공한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8년 1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무려 20개 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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