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추진에 반기를 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이 삼성 측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삼성SDI,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주요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에 동참을 요구하고 나선 것.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5일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삼성 계열사들에 서한을 보내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세한 입장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런 서한을 보내온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삼성 관계사에도 이같은 내용의 서한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 중인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그러면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지난 5일 삼성물산에 현물 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삼성전자 지분 4.1%, 제일기획 지분 12.1%, 삼성SDS 지분 17.1%, 제일모직 지분 1.4%, 자사주 5.76% 등 14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삼성물산 보유 삼성 계열사 주식을 나눠달라는 취지의 주장이다.엘리엇은 이날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주주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며 위법 소지가 있어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함께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보유 주식 등 자산이 시가총액보다 큰 삼성물산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합병 반대 세력을 규합해보겠다는 엘리엇의 향후 행동 방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9.79%)과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삼성생명(0.22%) 등이다.
엘리엇의 이번 행보에 따라 단기 차익보다는 향후 법적 대응까지 고려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엘리엇이 삼성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물산 지분 2.05%를 보유한 일성신약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성신약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