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메르스 '폭탄', 가계부채 '절정'... 금통위 기준금리 인하여부 주목

[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엔저로 인한 수출부진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까지 겹쳤다. 수출과 수입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국내 경제지표는 물론 사회적 우려까지 겹치면서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논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두 달째 1.75%로 동결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통위의 결정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10월, 올 3월 등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포인트 내렸다. 1.75%는 사상 최저 금리다. 4월과 5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해 상황을 지켜봤다. 부동산 거래가 소폭 살아날 징조를 보이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며 소비회복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5월 기준금리를 발표할 당시 “지표상 경기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메르스 사태로 인해 텅 비어버린 대형마트 / 사진=이시경 기자

기대가 무색하게 5월 20일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경기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자가격리자는 수천명까지 불어났다. 8일 오전 보건복지부는 “메르스확진자가 전날인 7일보다 23명 늘어 총 8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도 6명으로 늘었다.

번화가는 물론 대형마트, 극장 등 사람이 몰리는 장소는 텅 비다시피 했다. 한산한 영화관과 대형마트가 잇따라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한 놀이공원 방문자는 SNS에 “100분을 기다려야 했던 놀이기구를 10분만에 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확한 지표가 나와야 확실하겠지만 전체적인 소비 둔화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우리나라 관광을 포기한 외국인이 지난 1일 2500명, 2일 4500명, 3일 4800명, 4일 8800명 등 6월 들어서만 2만60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4400명으로 가장 많고, 대만 2900명, 일본 1000명, 동남아 300명, 홍콩 200명 순이었다. 이 기간 중국을 오가는 비행기 탑승률도 80%대에서 60~70%대로 10%이상 하락했다.

엔화 약세도 계속됐다. 수출업체들은 심각한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량은 5개월 연속 줄어 전년 동월 대비 10.9%나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 흑자는 38개월째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나 수출(-11.2%)보다 수입(-17.9%)이 더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한국은행

전문가들의 의견은 양분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심화되기 전에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과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로 인해 추가 인하시 금융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주열 총재의 복심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경제지표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이 총재는 8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은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어떤 지표를 중점적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Everything(모든 지표)”이라고 답했다. 메르스와 경기악화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내가 묻고 싶다”며 한 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