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기금 중 26% 신청…최승재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3%대, 더 내려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1년간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 9일(7영업일)만에 10조원의 신청을 받으며 흥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여파로 주요 시중은행에서 이자부담에 시달리던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대거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대출 갈아타기(대환)에 나선 모습이다. 

9일 주금공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 7일 기준 누적 신청액수가 10조 50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신청·접수를 시작한지 9일만이다. 특례보금자리론 기금으로 40조원이 편성됐는 데 이 중 26.3%에 달하는 액수가 출시 일주일만에 신청된 것이다.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1년간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 1주일만에 10조원의 신청을 받으며 흥행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다만 일별 신청규모는 점차 안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최초 출시 당시 주금공 홈페이지가 상당한 정체를 빚기도 했지만, 대기수요가 꽤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초 3일간 주금공이 접수받은 액수는 7조원에 달했는데, 최근 3일 신청액수는 1조 5000억원에 그쳤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KB시세 기준)이 9억원 이하면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5억원, 담보대출비율(LTV) 최대 70%(생애최초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은행권 주담대와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만 충족하면 된다.

일반형(주택가격 6억원 이상이거나 소득 1억원 이상인 자)과 우대형(주택가격 6억원 이하이면서 소득 1억원 이하인 자)으로 나뉘며 3~4%대 금리로 설정한 만기까지 고정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출기간은 10년 부터 50년까지 선택할 수 있다. 만기 40년은 만 39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 50년은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만 이용할 수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용도별 신청현황을 살펴보면, 기존대출 상환(대환)이 61.1%(2만 7681건, 6조 1345억원)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신규주택 구입이 31.2%(1만 4119건, 3조 5010억원), 임차보증금 상환이 7.7%(3510건, 865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최초 3일간 접수규모가 상당했던 데다, 대환과 내 집 마련 합산 비중이 90%를 넘어선 만큼, 고금리 시기 '변동금리 리스크'를 의식한 실수요자들이 이 상품에 주목한 모습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시중 주택담보대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를 적용받아 기존대출 상환, 신규주택 구입, 임차보증금 반환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출시 초기 서민·실수요자에게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여전히 연 4%대에 머물러있어 좀 더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기준, 5년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는 최근 3%대로 진입했다. 지난 7일 기준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 혼합 고정금리형 최저금리는 각각 연 3.962%, 연 3.97%를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혼합형 고정금리(은행·금융채 5년물)도 같은 날 연 4.08~6.13%에 형성돼 3%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와 더불어 채권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처진다. 

반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일반형이 연 4.25~4.55%, 우대형이 연 4.15~4.45%인데, 이 상품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국고채 5년물과 주택저당증권(MBS) 5년물의 금리차(스프레드)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국고채 5년물 금리(민평)는 3.480%, MBS 5년물 금리(민평)는 4.209%였는데, 지난 8일 각각 3.302%, 3.759%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스프레드도 지난달 9일 0.729%p에서 지난 8일 0.457%p까지 떨어졌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두 채권의 금리차 및 기타 제반비용을 반영해 산출한다.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일반형 최저 4.15~4.45%, 우대형 3.25~3.55%(최대 0.8%p 적용시)로 조정되지만, 실수혜자는 극소수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온라인 신청 시 누구나 금리를 감면받을 수 있는 아낌e(우대금리 0.1%p)의 경우 87.5%(3만 4923건)로 8조 2367억원에 달했다. 반면 저소득청년이 8.1%(3190건)로 7271억원, 신혼가구가 3.3%(1301건)로 2902억원, 사회적배려층이 2.6%(1012건)로 1834억원에 그쳤다. 

주택가격(6억원 이하)과 소득조건이 까다로운 영향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금리감면 폭이 가장 큰 사회적배려층(0.4%p)은 주택가격 6억원 이하, 소득 6000만원 이하를 모두 충족해야 금리를 감면받을 수 있다. 신혼가구(0.2%p)도 주택가격 6억원 이하에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여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주택가격(아파트)은 최근 금리인상 여파로 호가(呼價)가 많이 내려왔지만, 여전히 보금자리론 기준치를 크게 상회한다. 이날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2억 3918만원에 달했고, 수도권(서울+인천+경기도)도 7억 5378억원으로 기준치를 훨씬 웃돌았다. 

최 의원은 "특례보금자리론이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중 주담대 금리와 비교했을 때 추가 금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우대형에서만 적용 가능한 우대금리를 일반형으로 확대·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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