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부문 이자이익 힘입어 역대급 성적…증권·자산운용 부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방금융권이 지난해 이자이익에 힘입어 은행부문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증시 침체 여파로 증권계열사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그룹 전체 순이익을 갉아먹었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은행권으로의 '역(逆)머니무브'와 증시침체, 대출금리 급등 등의 현상이 지방금융권 실적에 여실히 반영된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BNK·JB·DGB 등 지방금융권이 이자이익에 힘입어 은행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 반면, 비은행부문에서는 침체를 면치 못했다. 

   
▲ 사진 왼쪽부터 BNK금융그룹, DGB금융그룹, JB금융그룹/사진=각사 제공


BNK금융은 지난해 지배기업지분 기준 당기순이익으로 8102억원을 거두면서 1년 전 7910억원 대비 2.4% 성장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유가증권 관련 이익감소와 충당금전입액 증가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은행부문에서의 이자이익 증가와 철저한 비용관리로 전년 대비 순이익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주요 경영지표를 살펴보면, 지배지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44%, 총자산이익률(ROA)이 0.64%를 각각 기록해 1년 전보다 각각 0.31%포인트(p), 0.04%p 하락했다. 경영 효율성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R)은 1년 전 51.5%에서 47.1%로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자산건전성 지표에서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0.45%로 1년 전과 동일한 수준을 보였고, 연체율은 0.36%에서 0.40%로 0.04%p 상승했다.

DGB금융은 지난해 4062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쳐 전년 5031억원 대비 19.3% 후퇴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취약차주에 대한 대규모 충당을 선제적으로 시행한 데다, 은행·증권에서 명예퇴직급 지급으로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만큼, 향후 실적은 밝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요 경영지표의 경우, ROE가 7.57%, ROA가 0.45%로 1년 전보다 각각 2.02%p, 0.15%p 하락했다. CIR는 1년 전 56.1%에서 53.5%로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NPL비율은 0.94%로 1년 전 0.52% 대비 0.42%p 급등했고, 연체율도 0.41%에서 0.61%로 0.20%p 상승했다.

지난해 영업실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JB금융이다. JB금융은 지난해 601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2021년 5066억원 대비 18.6%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이던스 대비 15.0% 초과 달성한 수준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자이익 증가, 지속적인 비용절감,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에 집중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주요 경영지표에서도 JB금융은 ROE 13.9%, ROA 1.05%를 각각 기록하는 등 동일업종 최고 수준의 수익성 지표를 기록했다. CIR는 39.7%로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NPL비율은 0.59%, 연체율은 0.58%로 자산건전성 지표에서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3사의 계열사별 실적을 살펴보면, 은행부문에서는 순이자마진(NIM) 확대로 모두 선방했다. BNK부산·경남은행은 각각 4558억원, 279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년 전 4026억원, 2306억원 대비 13.2%, 21.0% 성장했다. 비이자이익 감소와 대규모 충당금 선제 적립에도 불구, 금리인상에 따른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간 격차) 확대, 대출금리 재조정, 비(非) 제조업 중심 기업대출 확대 덕분이다. 

DGB의 은행계열사인 DGB대구은행은 지난해 3925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년 전 3300억원 대비 18.9% 성장했다. 우량여신 위주의 견조한 성장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했고, 판매관리비는 낮은 수준으로 관리된 덕분이다. 올해도 은행부문 이익은 전년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JB의 은행계열사인 JB전북은행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2076억원을, 광주은행은 전년 대비 33.0% 급증한 25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의 순이익 성장을 견인했다. 

반면 3사의 비은행부문 실적은 엇갈렸다. 특히 캐피탈 부문에서 3사 모두 크게 성장한 반면, 금리인상에 악영향을 받은 증권·자산운용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BNK는 캐피탈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가 역신장하거나 적자전환했다. 비은행부문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1.4%에서 22.8%로 줄어들었다. 캐피탈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모두 증가한 데다, 건전성 개선 및 소매신용 취급감소 등의 영향으로 충당금 전입액이 줄어들면서 전년 대비 28.4% 증가한 1710억원 순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투자증권은 채권금리 상승과 주가지수 하락으로 유가증권 관련 손실이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50.6% 급감한 573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자산운용도 2021년 122억원 흑자에서 13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저축은행도 215억원 흑자에서 38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DGB도 캐피탈은 전년 대비 10.1% 증가한 77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자산이 7.8% 성장하면서 이자이익이 확대됐고, 판관비 및 충당금은 전년 대비 오히려 감소하면서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NPL비율,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지표도 양호하게 관리돼 올해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은행과 함께 수익 향상에 기여했던 하이투자증권은 증시 부진 여파로 1년 전 1639억원에서 376억원으로 77.1% 급감했다. 부동산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관련 수수료 수입이 감소했고, 시장이 추가로 악화될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다는 설명이다. 하이자산운용도 3.9% 후퇴한 4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고, DGB생명은 21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1년 전 대비 정확히 반토막났다. 

JB의 경우 JB우리캐피탈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178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중고차금융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고, 기업·투자금융, 개인신용대출 등 비자동차금융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그룹의 손자회사인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 (PPC뱅크)은 전년 대비 29.7% 증가한 2300만달러(한화 약 291억원 추정)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반면 JB자산운용은 전년 대비 29.9% 급감한 44억원, JB인베스트먼트는 68억원에서 33억원으로 51.8% 감소했다. 

한편 지방금융지주 3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금 확대를 시사했다. 

BNK금융은 주당배당금을 1년 전보다 65원 늘린 625원으로 결정했다. 더불어 순이익의 2% 상당인 160억원의 자사주도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주주환원율은 27.0%에 육박한다. 향후에는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포함해 주주환원율을 최대 50%까지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DGB금융은 주당배당금을 1년 전보다 20원 늘린 650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은 22.8%에서 27.1%로 4.3%p 확대됐다. 아울러 DGB금융은 자본비율 13.0% 초과분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렇게 되면 총주주환원율은 40%를 넘게 된다. 

JB금융은 주당배당금을 116원 늘린 715원으로 결정했다. JB금융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중간배당금으로 129원을 지급한 바 있다. 배당성향은 23.1%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특히 JB금융은 현재 11.4%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12.0%를 넘으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13.0%를 초과할 경우 이익잉여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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