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학대 피해 아동 대부분이 신고 접수·처리 후에도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신 통계인 2021년 아동학대의심사례로 신고돼 실제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된 건수는 3만7605건이다.

아동학대 신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4년 전인 2017년(2만2367건)의 1.7배 수준으로 늘었다.이중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3만1486건(83.7%), 친인척인 경우가 1517건(4.0%) 등이었고, 학대 장소 역시 가정 내가 3만2454건(86.3%)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해사례 중 3만1804건(84.6%)의 피해 아동은 분리 없이 '원가정보호'(보호체계유지) 조치돼 가정으로 돌아갔다. 주양육자로부터 분리돼 친족, 시설 등에 보호된 사례는 5437건(14.5%)으로 현저히 적었다.

학대받은 아이들이 높은 확률로 가해자가 사는, 학대 장소인 원가정에 남게 되는 것은 '원가정 보호의 원칙'에 기인한다.

아동복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하며,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보호할 경우에는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유엔의 아동권리협약에도 이러한 원가정 보호 원칙이 명시돼있다.

그러나 문제는 학대가 벌어진 상황에 대한 개선 없이 원가정 보호라는 원칙이 내세워지면서 아동이 또다시 학대의 위험에 놓인다는 점이다.

2021년 한해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가해자에게 고소·고발 등의 조치가 취해진 것은 1만6096건(42.8%)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중에서도 40%에 가까운 6344건은 경찰 수사만 이뤄졌고, 법원판결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316건(2.0%)에 그쳤다.

현재 정부가 피해 아동의 학대 후유증 극복, 재학대 방지, 가족기능 강화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상담, 의료, 심리치료, 사회복지서비스 기관 연결 등이다.

재학대 예방을 위해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정을 방문해 심리검사와 심리치료, 상담, 일상생활 지원, 전문서비스 기관 연계 등을 제공하는 '홈케어플래너 서포터즈' 활동이 있지만, 2021년 한해 이 서비스에 참여한 인원은 4100여명에 불과하다.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으로 돌려보낸 뒤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학대 사례도 빈번하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중 2021년에 또다시 신고가 접수된 재학대 사례는 총 5517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건수 대비 14.7%다.

2021년 아동학대를 겪은 아동 6~7명 중 1명은 최근 5년 이내에 이미 아동학대를 받았던 아이라는 뜻이다. 이 비중은 2019년 11.4%, 2020년 11.9%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재학대 사례는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96%로, 전체 학대사례(83.7%)보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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