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단위 세분화, 인터넷뱅크 확대, 핀테크 금융업 진출 등 거론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권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돈 잔치'를 두고,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등을 업권에 추가 유입하게 함으로써 '완전경쟁'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권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돈 잔치'를 두고,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진=김상문 기자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이들 은행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임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전날 본원 임원회의에서 여·수신(대출·예금)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효율적인 시장 가격으로 은행 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와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 은행의 과점구도가 오래 형성돼 소비자 편익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추가 경쟁자를 시장에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더욱이 대출금리 급등으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이 1조 3823억원에 달했고, 국민·신한·우리 등 주요 은행들이 희망퇴직 비용으로 직원 1인당 3억 4400만~4억 4300만원을 지급한 점도 화를 부추긴 모습이다. 금융위기 재발 우려 속에서 이자이익을 '충당금 추가 적립'보다 내부 구성원들의 '이익 나눠먹기'와 '주주배당확대'에 주력할 수 있는 게 과점체제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러한 폐해를 타파하기 위해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려 했던 영국 사례를 검토 중이라는 후문이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을 계기로 은행 신설을 유도했는데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와 접목한 형태의 은행 등 '챌린저 은행'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금감원도 인가를 세분화하거나 인터넷은행 확대,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업은 단일 인가 형태지만 인가 단위를 낮춰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들을 활성화하면, 소수 은행의 과점체제를 붕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은행업에서 인가 세분화가 도입되면 금융지주 산하의 대형 은행 대신 독립된 형태의 은행들도 대거 등장할 수 있어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019년 18개 은행이 소속된 제1금융권의 원화 예수금 현황을 보면, 5대 은행의 점유율이 77%에 달했다. 이들 은행은 예금시장에서 각각 15~16%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원화대출금 점유율도 67%에 달해 사실상 5대 은행이 예대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