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가계부채는 오르고 메르스로 인한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11일 논의될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1.75%의 기준금리를 두 달째 동결시킨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이번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가운데 동결과 인하를 두고 논의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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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한국은행 |
최근 등장하는 경제지표들은 하나같이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출이다. 5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10.9%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6개월째 0%대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라는 복병도 나타났다. 메르스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던 내수에 찬물을 끼얹었다. 5월 1~2주와 6월 첫 주 매출액을 비교했을 때 백화점은 25%, 할인점은 7.2%, 카드승인액은 5.5% 감소했다. 해당기간 영화관람객은 전년동기 대비 54.9% 줄었고, 같은기간 놀이공원은 60.4%, 프로야구 관중은 38.7%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도 줄었다. 6월 첫 주 중국인 2만556명, 대만 1만1020명, 홍콩 1412명, 일본 3000명 등의 관광객이 각각 한국관광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의 10% 감소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소비 위축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지표를 바탕으로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메르스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저성장, 저물가 기조를 끊고 경제 활력을 찾으려면 확장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메르스 사태가 계속되자 9일 국무회의에서 “메르스 발생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모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3개월 연속 동결 가능성도 접어둘 수 없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관련 업계 종사자 117명에게 설문한 결과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가 70.1%인 82명에 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재닛 옐런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한국 시장은 해당 조치가 몰고 올 나비효과를 예측하며 긴장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8일 한은 국제콘퍼런스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졌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에서 가계에 내준 대출은 올해 4월 765조2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 달 사이 가계대출이 10조원 이상 증가한건 한은이 집계를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을 더한 전체 가계빛 규모는 3월말 1099조3000억원보다 많은 1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논의를 앞두고 금융권 내에서도 인하와 동결을 두고 의견이 다분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능성을 두고 가장 고려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everything(모든 요인)”이라고 답했다.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