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은행 2021년 16조 9천억 순익 남기고 사회공헌에 1조만 써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고금리 시기 어려움을 겪는 사회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등을 위해 3년간 '10조원+α'의 금융을 지원하는 사회공헌책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거듭 은행 과점체계에 따른 이자장사와 성과급 지급을 비판하면서, 은행권이 부랴부랴 행동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급조한 지원책이 기존 코로나19 금융지원책과 비슷한 데다, 최근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은행권이 그동안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나, 은행권을 향한 사회적 비판 및 공헌 요구가 계속될 전망이다. 

   
▲ 은행권이 고금리 시기 어려움을 겪는 사회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등을 위해 3년간 '10조원+α'의 금융을 지원하는 사회공헌책을 내놨다./사진=각사 제공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융·통신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또 "은행은 수익이 좋은 시기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기업과 국민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며 취약계층 보호에 더 힘쓸 것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수차례 은행의 '공공성'을 거론하며, 취약계층 지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본원 임원회의에서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들과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은행권의 생색내기 식 노력이 아닌 과감한 취약차주 지원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은행권 때리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랜 과점으로 빚어진 폐해를 정부가 뒤늦게 타파하려 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 은행권은 그동안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도 사회공헌에는 인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9개(산업·수출입 포함, 토스 제외) 은행들은 지난 2021년 16조 93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는데, 이 중 사회공헌으로 1조 555억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1년 전에는 12조 100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1조 929억원을 사회공헌으로 지출했다. 이에 따라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비율도 9%에서 6.2%로 줄어들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는 NH농협은행이 1조 5583억원의 순이익 중 1911억원을 사회공헌으로 지출해 12.3%의 사회공헌비율을 보였다. 비교군 중 가장 높은 사회공헌비율이다. 뒤이어 신한은행이 2조 1529억원의 순이익 중 1450억원을 공헌해 6.7%,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2조 5634억원 중 1619억원, 2조 1523억원 중 1354억원을 내놓아 6.3%를 기록했다. 

지방은행권은 사회공헌 절대규모가 적었지만, 사회공헌비율은 1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6개(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JB전북·제주) 은행 중에서는 제주은행이 184억원의 순이익 중 25억원을 내놓아 13.6%의 공헌율을 기록했다. 

반면 인터넷은행 2사(카카오·케이)는 사회공헌비율이 0%대에 그쳤는데, 카카오뱅크가 2041억원의 순이익 중 3억원을 공헌하는 데 그쳐 0.15%를 기록했다. 19개 은행 비교군 중 최저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연이은 압박과 윤 대통령의 거듭된 불호령에 은행연합회는 전날 3년간 10조원 이상의 금융지원 효과를 볼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놨다.

지원안을 살펴보면, 은행권은 공동 사회공헌사업 자금 5000억원을 재원으로, 저소득·저신용자에게 긴급생계비·저금리 대출 갈아타기(대환) 등의 금융지원을 펼친다. 이로써 3년간 약 3조원의 지원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공적 보증기관(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에 대한 특별출연금을 기존 연간 약 2600억원에서 3200억원으로 늘려 3년간 공급한다. 연간 증액 규모는 600억~700억원 수준으로,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3년간 약 3조원을 추가 지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새희망홀씨 등 은행권 서민금융 공급도 대폭 확대한다.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 공급 연간 목표를 기존 6조 4000억원보다 6000억원 확대한다. 제2금융권 고금리 신용대출은 은행권 대출로 대환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5000억원 이상 신규 공급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9월 출시된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에 대한 은행권 추가 보증재원으로 3년간 약 800억원을 출연하고,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약 7000억원을 신규 공급할 방침이다. 이로써 지원 기간인 3년 동안 약 4조원의 지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은 크게 세 가지 부문에서 3년간 10조원의 금융 지원효과를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금리 시기 이자상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과 중소기업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무탕감'이 아닌 '저리대환'을 유도하는 탓이다. 사실상 대출을 유지하거나 늘리도록 한다는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발끈하니 (은행권이) 3년간 10조원을 풀겠다고 하는데 사실상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자부담이 많은데 또 돈을 빌리라고 하니 국민들로선 환영할 수 없다"며 "은행들이 이자 탕감을 해줘야 하는데, 10조원 어치 융자를 해준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금이자를 많이 주고 대출금리를 많이 낮춰줘야 하는 게 은행의 기본 역할이다. 이를 위해 국가가 과점 체제를 인정해주고 비상시 지원해준 것"이라며 "은행권이 코로나 이후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법 1조에 명시된 대로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취지에 맞게 조금이라도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예금금리를 높이려 했는지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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