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자산운용사 수신잔액 51조4000억원 증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시중 자산이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다. 금리 인상기 지난해 연 5%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관심을 자산시장으로 돌리면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은행에 몰렸던 여유자금이 다시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지난달 은행의 수신금액은 전월 대비 45조4000억원이 줄어든 반면 자산운용사의 수신잔액은 51조4000억원 늘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은행 예금으로 몰렸던 '역머니 무브' 현상이 주춤하고, 다시 증시 등으로 여유자금이 쏠리는 '머니 무브'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은행 예금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다. 지난해 5%대 중반까지 웃돌던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최근 연 3.35~3.62%로 기준금리(연 3.5%)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최근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은행에 몰렸던 여유 자금이 다시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은행별로 1년 만기 기준 국민은행의 'KB스타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3.48%,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연 3.5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연 3.50%,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 연 3.62%, 농협은행 'NH올원e예금' 연 3.35% 등이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꺾인 것은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경고한 데다 최근 은행채 금리 등이 안정세를 보이는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수신 규모를 늘려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채보다 비싼 이자를 지급하면서 예금 유치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금리는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연일 고금리에 따른 은행권의 '돈 잔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은행권의 '상생금융' 방안 마련을 거세게 압박하면서다. 정치권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에 따라 예금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시 펀드·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수신 잔액은 전월 대비 45조4000억원 줄었다. 이 가운데 수시 입출식 예금이 59조5000억원 감소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정기예금도 9000억원 줄었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4조6000억원 줄었지만 지난달에는 51조4000억원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39조원 증가했다. 주식형·채권형·기타 펀드는 각각 4조1000억원, 2조원, 6조9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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