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차관협의 이어 외교장관협의 완료, 주요 쟁점 평행선인 듯
외교부, 28일 강제징용 유족과 집단 면담 예정…“너무 서두른다” 비판도
2018년 대법원 판결 원고 14명 중 3명 생존…배상 방안에 다른 의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일 외교장관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만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논의한 결과 양측은 “앞으로도 관련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13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외교차관협의에 이은 외교장관협의에서도 한일 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차관협의에 이어 뮌헨안보회의 계기 외교장관협의까지 열리면서 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막바지 논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외교장관회담은 35분만에 끝이 났다. 이전 외교차관협의는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150분간 진행된 바 있으며, 조현동 1차관은 “아직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박 장관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주요 쟁점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며 “일본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 입장은 이해했으니 이제 서로 정치적 결단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여전히 남은 쟁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측 반응은 외교관계상 또 현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말할 수 없다”며 “외교 수장간 협의에서 우리측 입장을 일본측에 정확하고 명확하게, 솔직하게 전달한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그런 논의를 지속하고자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번이 하야시 외무상과 다섯 번째 만남”이라며 “그동안 여러 가지 솔직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일본에 성의 있는 호응을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할 것이다. 일본도 국내 정치환경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로 가려면 피해받으신 분들 측에서 생각하는 것이 어떤 방향인지 얘기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런) 얘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국내적으로 4차례 민관협의회를 하고, 공개토론회를 했는데,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는 않는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수렴해서 외교협의를 통해서 합리적 방안을 만드는 게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회담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이 한일 현안의 조기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점을 바탕으로 징용 문제를 포함해 한일관계 전반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가 열리는 바이어리셔 호프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있다. 2023.02.19./사진=외교부

이어 “양국 외교장관은 한일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리고, 현안의 조기 해결을 위해 외교 당국 간에 다양한 레벨에서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양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한국정부는 징용배상 문제 해법과 관련해 우리측 재단을 통해 기금을 모아 지급하는 ‘제3자 변제’라는 방식을 공식화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 재단에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판결을 확정받은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참여할지 여부, 일본측의 사과 여부가 마지막 쟁점으로 남아 있다.

한국정부는 일본측의 사과에 대해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박 장관이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힌 바 있어 어느 정도 일본측과 논의가 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일본 전범기업의 기금 참여는 양측 모두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언급된 적이 없어 상당한 인식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일각에서 일본 개별 기업이 아닌 경제단체협의회(게이단렌)을 통한 기금 조성 얘기가 나오지만 해결 방안으로는 역부족이다. 대법원 피고기업의 사과도 배상도 없는 상황은 그동안 우리정부가 일본측에 촉구해온 ‘성의 있는 호응조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해온 기존 입장을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박 장관이 일본측에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고 한 것을 볼 때 우리의 마지막 양보할 수 없는 합의 조건을 솔직하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는 28일 외교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과 만나 집단 면담하는 일정을 남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면담에는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원고 14명의 유족 대다수가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 피해자는 3명이다.

그동안 일부 피해자측과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에 맞춰서 징용 문제를 서둘러 풀려고 한다고 비판해왔다. 따라서 28일 외교부의 피해자 면담 이후 정부가 어떤 해결 방안을 발표할지 주목된다. 대법원 판결의 원고측 가운데 이번에 정부의 해결안을 수용하고자 하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채권포기각서’에 반발하며 장기간 법률분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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